새벽 설교가 끝나고 권사님 두분이 잠깐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곧 한국에 잠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인사하러 오셨습니다.
두분의 얼굴이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저와 함께 한 북클럽의 시간을 기억하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얼굴을 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벌써 모임이 끝난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연신 감사를 표하십니다. "목사님,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요즘에는 말을 아낍니다. 이제 어른이 된 듯 합니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해도, 어떤 분들에게는 오해를, 어떤 분들에게는 질투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저를 온전히 이해하는 분에게는 저의 속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권사님, 정말 감사해요, 저도 평생 못 잊을꺼에요."
마음은, 단 한주도 빠지지 않고 가장 좋은 커리큘럼으로 저의 최선의 것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허락하신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망의 마음은 잠시 감추어 둡니다. 하나님께서는 온전하시며, 가장 지혜로우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억력이 참 나쁩니다. 너무 많은 일들 속에 달려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분들을 만나면서, 그분들과 북클럽을 하면서 그 시간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저는 그 때에 '영원'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겨우 백년도 살지 못하는 짧은 인생이, 영원을 논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입니다. 당장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존재가 영원을 말한다는 것은, 혹시 비웃음을 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영원을, 느낍니다. 가장 깊은 교제를 나눈 분들과 마음이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때, 우리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경험할 때에, 한없이 저의 마음은 기쁨으로 떨립니다. 마치 눈에 선명하게 보이고 또 손에 그것을 실제로 쥔 것처럼 그 영원을 영혼 속에 경험합니다.
저와 함께 하신 분들의 그 순수한 웃음을 오래 마음에 남기고 싶습니다. 권사님 두분의 얼굴이 저의 눈물을 만들어냅니다. 그 어떤 거짓도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웃음입니다. 너무나 투명해서 마치 빛이 나는 것 같고, 그 빛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런 미소입니다.
저의 기억력이 점점 약해져 가더라도, 그리고 삶이 녹녹치 않아서 제 자신이 스스로에게 잊혀져 가더라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 책으로 믿음을 나누었던 그 따뜻한 시간만은 제 마음 속에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누었던 모든 이들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웃음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를 다시 한번, '영원'이라고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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