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2일 일요일

"정목사님, 제가 목사님 잘 압니다" by 천개의 글을 기념하며

 

저는 감성이 풍부한 편이라 쉽게 자기 연민에 빠집니다. 힘든 과거를 떠올리면 감정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지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과거를 돌아봅니다. 저의 행복한 한 순간은, 영화 터미네이터 2를 보면서 라면을 먹던 시절입니다. 라면을 신나게 먹고 밥을 잔뜩 말아 먹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낮잠으로 들어갑니다. 뭔가 부족함이 없는 그런 시절입니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러나 마냥 행복하던 저의 어린 시절입니다. 

저는 부끄러움이 굉장히 많은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수줍어 합니다. 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새우기보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그런 제가 목회를 위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처음 유학을 시작하면서 CFNI는 저에게 낙원과 같았습니다. 처음 듣는 영어 찬양들이 좋아서 글을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찬양들에 대한 간단한 묵상을 적어보면 어떨까?" 그것이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였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글을 쓰는 것은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린 시절 왜 이렇게 글을 못쓰냐고 구박을 받았던 저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에 끌렸습니다. 비록 짧은 글들이지만, 저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2011년에 시작한 유학입니다. 대략 12년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하나씩 늘어가는 글을 보면서, 천개 정도 글을 쓰면 기분이 어떨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블로그의 글이 천개가 되었습니다. 놀랍기도 하고, 생각하던 것이 실제로 눈 앞에 이루어진 것이 약간 이상하게도 느껴집니다. 

나는 왜 이렇게 글을 계속 쓰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을수록 확고하게 알게 된 것은 "반드시 글을 써야한다"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글을 쓰면서 성장합니다.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를 알아갑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고 깊이를 만들어갑니다. 글을 쓰는 것은 삶의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모든 인간이 걸어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저의 설교를 좋아하신다는 분을 직접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를 좋게 봐주셔서 참 감사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처음 뵙고 정중하게 인사드리면서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저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정목사님, 제가 목사님 잘 압니다."

그분의 목소리가 참 부드럽고 좋았습니다. 저는 비록 처음으로 뵙는 것이었지만 그분은 저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저를 처음 만나셨는데 어떻게 저를 잘 아시냐고 그분께 묻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설교는, 저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설교를 잘 듣고 마음에 품은 분이라면 그분은 정말 저를 잘 아는 분입니다. 참 좋았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블로그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또 어떤 분들일까요? 몇개의 글들은 제가 아끼는 분을 염두에 두고 쓴 글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은 저의 목회와 삶을 함께 나누는 글입니다. 이곳에 쓰여진 저의 글은, 사실상 저의 모든 것이라 불러도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저의 존재 자체가 글 속에 완전히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솔직하고 진지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의 원래 성품 그대로입니다. 저는 항상 진지하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너무나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가지 이 시대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바램과 실제의 삶을 다르게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깊은 관계를 원합니다. 자신의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기 원합니다. 그리고 신앙의 깊이를 만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써 자신을 보이기 보다는 감추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진리에 기반한 진지한 대화와 소통보다는 그저 삶의 변두리 이야기들을 말하는 것에 머무릅니다. 고민이 담긴 글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가다듬고 다른 이들과 교류하기 보다는 홀로 마음에 모든 것을 품고 살아갈 뿐입니다. 

저는 성도로서 목회자로서 삶과 신앙의 가치에 대해서 항상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이 저의 글 속에 묻어나기를 원합니다. 저의 기억력이 약하지만, 저의 모든 것이 천개의 글로 거듭났습니다. 그 안에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가 있고, 저의 아픔과 눈물, 그리고 기쁨과 환희가 들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글을 씀으로 그 무거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의 글을 읽어보셨다면, 저를 잘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제가 처음 뵙는 분이 저의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목사님, 제가 목사님 잘 압니다." 아마도 저는 그분을 향해 활짝 웃을 것입니다. 이 공간이 앞으로도 저의 성숙의 공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저의 작은 인생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이 드러나고, 함께 믿음의 길을 걸어가시는 분들의 작은 쉼이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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