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는 성품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열심히 공부하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목회자의 마땅한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20년이 지나고보니,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람"입니다. 성도님이 가장 소중합니다. 왜냐하면 목회자는 관계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시고 완성하시기 위해서 주님의 존귀한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교회를 섬긴지 만으로 6년이 거의 되었습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그렇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축하받는 것을 그렇게 원한적이 별로 없었는데, 괜시리 이번에는 누군가 한명은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열심으로 섬겼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참 쉽지 않았지만, 행복이 컸고 또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했습니다.
성도님들과 새벽 기도회를 하고, 같이 아침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한 권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본인은 목회자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새로 오시는 목사님들 이름도 안 외우려고 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목회자들이 떠나서 마음이 많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면서 들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드리지 못한 말씀은, "목회자들도 그만큼 힘들다"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성도님들이 내 가족처럼 여겨질수록, 아니 내 가족이 될수록, 목회자는 마음이 더 아픕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가족들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이 아프신 성도님을 심방하면서, 시편 23편을 읽어드리고 기도하였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삶의 현실이 되어버린 그분에게, 이 말씀을 읽어드렸습니다. 말씀을 읽어드리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성경을 읽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펑펑 울면서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주의 아들이 이 길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함으로 사역의 기간이 찰 수록, 안타깝게도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 온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결국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때 저는 어떤 마음으로, 다시 그 시간들을 이겨내야 할까요?
이미 천국으로 먼저 가신 성도님들을, 가슴에 묻어 두었습니다. 손을 잡고 기도하던 분들이 아름다운 꽃 사이에 말 없이 누워계신 것을 보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의 생을 살아가는 날 동안, 헤어짐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주님의 관점에서, 그리고 그분의 넓은 품 안에서 영원히, "우리"라는 존재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목회자로서 그리고 성도로서, 저의 영혼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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