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목회적으로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습니다. 교단 안에서 좋은 교회에서 어린 시절 신앙 생활을 했고, 믿음이 좋은 어머니께서 전도사님으로 사역하시면서 교회 어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사역했던 교회들을 돌아보아도 큰 어려움 없이 사역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담임 목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섬기는 교회에서 아주 만족스럽게 사역하고 있지만, 그러나 결국 주님의 부르심이 있을 것이고 담임 목회를 감당해야 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부목사는 담임 목사님의 큰 그늘 아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부분을 홀로 감당해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선교사 쪽으로는 생각해 본적이 없기에, 청빙과 개척의 두가지 선택이 남아 있습니다. 탁월한 목사님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제가 과연 청빙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척을 해야 하는데, 과연 개척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경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개척 5년차 입니다" 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입을 하였습니다. 목회를 이렇게 성공했다는 성공기가 아니라, 교회를 개척하고 5년 동안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적은 이 책의 내용이 제 마음에 너무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저자이신 김민수 목사님이 이론적으로 또 실제적으로 잘 준비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일년 쯤 못되게 부목사로 섬겼던 교회는 작은 교회였습니다. 성도님의 수가 스무명 남짓한 교회였습니다. 교회 건물이 있었고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서 자립된 교회였습니다. 그런데도 규모에서 오는 압박감과, 무엇을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무기력감이 매우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참 좋았던 것이 있습니다. 설교 cd를 마트에 놓고서 돌아오는 길에 담임 목사님과 같이 먹었던 짜장면은, 제 인생에 최고의 식사였습니다. 주일에 소박하지만 함께 전 성도가 나누는 식사의 교제는, 나의 진짜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식사였습니다. 심방으로 비지니스를 방문하고 나누었던 따뜻한 대화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그 시절 그 시간들은, 저의 목회를 빚어준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요즘에 목회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많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역을 돌아보면서,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고 설교를 하면서, 정말 목회가 무엇인가 많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참 좋았습니다. 목회는 결국, 먼저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일이고,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관계를 통해서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굉장히 일 중심적인 사람입니다. 효율성과 관리를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목회는, 때론 시간을 하염없이 사용해야 하는 어떤 일입니다. 인내와 경청, 그리고 헌신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어떤 규모의 어떤 형태의 교회를 섬기든지 간에, 결국 저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의 사랑, 그리고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그 앞길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일하십니다. 저는 담임 목회로 나가가기 전까지 저에게 맡겨진 일을 본질적인 부분들을 감당할 것입니다. 그저 하나님께 간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앞으로도 교회를 열심으로 섬기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의 부족함을 느끼고 마음이 낮아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 섬겨야 할 일들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새벽에도 성도들을 위해서 또 저의 미래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할 뿐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가장 선하게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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