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역지사지(易地思之) / If I Were Enveloped in Tenderness - Piano de Ghibli



한참 저도 아내도 교회일로 바쁠 때에,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누가 주일에 더 힘든가? 저는 주일에 부서를 챙기고 설교를 하는 내가 제일 힘들다고 강력하게주장했습니다. 워낙 무대뽀로 제 주장만 했기에 아내가 그때는 저에게 져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한참 지나서 제가 너무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에, 아내가 저보다 훨씬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거의 5년의 시간을 매 주일마다, 각기 다른 부서와 자리에서, 다섯시간 이상을 피아노를 쳤기 때문입니다. 초인적인 열심과 인내와 실력을 지닌 아내를, 저는 정말 존경합니다. 

요즘 저의 역할은 '주방 보조' 입니다. 아내가 몸이 많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쉐프의 지령을 받아, 콩나물국을 끓였습니다. 평소에 아내의 손길을 통해서 그렇게 쉽게 먹던 국이, 상당한 예술적인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콩나물국의 맛이, 콩나물이 아니라 멸치의 '뜨거운 헌신' 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남이 보기에는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는, 식사를 거르지 않고 먹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에 깨닫고 있습니다. 아마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아내의 몫으로 남겨두고서는, 또 제가 가장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감사한 것은, 아내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요즘 조금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인간은 연약하기에, 저를 포함하여 누구나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사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자기 앞에 놓인 현실을 위해서 정말 모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을 넓혀 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자기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측은한 마음을, 자신의 세계 속에서 빠져버려 유아독존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긍휼의 마음을 조금더 가지고 싶습니다.

이 작은 글을 읽으시는 믿음의 성도님들이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지 않는다면,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어두울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넓어지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만 더 넓어진다면, 아마 오늘보다는 훨씬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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