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7일 토요일

다시 새로운 시작 / I Need Your Glory - Earnest Pugh



한번의 공식 거절 메일을 받고, 바로 그날 낙심된 마음을 억누르고 토플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3주 정도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습니다. 사실 토플 공부라고 해야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영역별 문제를 풀어보고, 열심히 듣고 말하고, 암기했습니다. 토플은 마치 수능과 같아서, 어떤 의미에서 너무나 막막한 것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 하루하루가 그만큼 소중한 한걸음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약한 과학 영역 쪽으로, 생물학, 인류학, 고고학 쪽으로 좀더 신경을 썼습니다.

사랑하는 승록 전도사님 부부가, 시험 당일 감사하게도 시험장까지 태워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저의 실수로 여권을 챙겨오지 않아, 다시 두분과 아내가 저의 여권을 가지러 집으로 다녀와야했습니다. 두분과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시험장까지 달려온 아내로부터 여권을 넘겨받고, 저는 거의 마지막으로 입실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토플 시험에서는 늘 가장 처음으로 들어가 시험을 봤던 저였기에, 적잖이 당황하고 낙심하였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시험장은 지금까지 본 시험장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쾌적하고 넉넉한 환경 속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토플 시험 장에서 시험을 늦게 시작하면 제가 리스닝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스피킹을 하게 되어서 사실 시험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그날은 감사하게도, 교묘하게 타이밍이 비켜가서, 저의 리스닝이 큰 방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거의 1년만에 보는 토플 시험이었지만,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리스닝과 통합형 문제들, 그런데 놀랍게도 거의 모든 지문이, 생물학, 인류학, 고고학쪽 내용이었습니다. 비록 듣기는 어려웠지만, 집중적으로 단어를 외웠던 분야였기에,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풀면서도 놀랐고,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피킹도 제가 생각할 때에는, 지금까지 중에 가장 잘 봤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3일전, 기다리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성적을 확인하는 순간, 아내와 저는 환호성을 지르며 동시에 낙심하였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칼빈에서 요구하는 전체 점수를 넘는, 지금까지 토플 중에 가장 고득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또한 아쉽게도, 칼빈이 요구하는 라이팅 영역의 점수가 23점인데, 저는 22점을 받았습니다.

하루 정도 멍하게 있었습니다. 그 아쉬움이란.. 계속 이 생각만 들었습니다. '왜 하필 22점일까? 충분히 잘 쓴것 같은데..'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셨다는 생각은 사실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총점에 대해서는 '내가 잘한 것'이라는 생각만, 그리고 '아쉬운 라이팅의 1점'에 대해서만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서 드디어 정신이 조금씩 들면서, 총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토플 처음 시작할 때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마의 80점의 벽을 처음으로 넘고서, 이것이 얼마나 큰 하나님의 은혜인가를 조금씩 조금씩 저의 마음 가운데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학교의 기도처로 기도하러 가자고 했습니다. 저에게 주님께서 라이팅 22점을 주신 것은, 기도하라고 하신 사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마치 점수 1점이 합격을 주는 것처럼, 그 1점에 믿음을 걸고 있는 저 자신을 주님께서 보게하셨습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하나님을 믿지 않고, 저의 점수 1점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 23점이면 무조건 합격이야..'

토플 시험 보기 전에, 공부로 힘들어하는 저를 격려하기 위해, 지혜로운 아내가 맛있는 것을 사주었습니다. 학교에 있는 치킨집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데, 바로 이 찬양이 흘러나왔습니다. 짧은 몇 소절만에, 이 노래가 아주 오랫동안 찾아왔던 그 어떤 곡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순간마다, 그것이 토플이든, 그 어떤 것이든, 결국 모든 것은 신앙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영혼의 본질인, 인과응보의 신앙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토플 시험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결국 제 마음에 쌓은 것이,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교만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설교하고 노력하고 책을 보았지만, 여전히 저는 저 자신의 능력을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주님은 아내를 통해, 그리고 말씀을 통해 저에게 다시 한번 알게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어쩌면 유학의 과정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공부한 것이 아무것도 아니란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분이 하나님이시고, 그러므로 저는 그저 하나님의 종에 불과할 뿐이고, 높아진 마음이 아니라, 겸손하고 착한 마음을 가지기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Less of me, more of you is what I need' 이 찬양에서 가장 제가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칼빈에 다시 한번 심사를 요청했습니다. 앞으로 2-3주 안에 연락이 오고 결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도 한곳 접수할 예정입니다. 제 마음 가운데 여전히, 탈락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가득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 제가 무엇에 좀더 마음을 쏟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봅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 그리스도의 은혜와 절대적인 사랑, 주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하며 나를 겸손히 낮추는 것, 하나님의 뜻을 더 귀히 여기고 나를 낮추는 것,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그리스도 안에서 한치도 오차가 없는 절대적인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을 확신하는 것, 바로 그것이 제가 할 일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비록 두려움 가운데, 마음이 벅차게 행복합니다. 보잘 것 없는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 나실 때, 계속 기도해주세요. 다음 학교로의 순탄한 진학을 위해서, 그리고 좀더 참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오늘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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