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1일 목요일

주만이 저의 길을 인도하십니다 / 주만이 - 김명식

 



볼티모어로 거처를 옮긴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미국에서 타주로의 이사는 몇 번이 있었지만 아마 이번이 가장 분주한 듯 합니다. 이주 전 부터 이미 사역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저에게 주어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큰 행복으로, 또 한편으로는 긴장과 염려 가운데 모든 것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주 잠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을이 너무 아름답고, 많은 것이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감사한 것은 위임식을 잘 마쳤다는 것입니다. 담임 목사로 세워지고 한 교회의 최종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큰 영광입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셨고 세워주셨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감사한 것은, 마음껏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런 순간이 오기를 바랬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을 고민하고, 또 교회를 위하여 가장 좋은 것을 실천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물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바빠졌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품은 모든 선한 것들을 조금씩 그리고 차분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매 순간 저의 마음을 벅차게 만듭니다. 

볼티모어는 산이 많기 때문에, 길 자체가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는데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런 듯 합니다. 내리막이 있고 때론 오르막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순간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그 험난한 굴곡조차 완벽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담임 목회를 시작하니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그간 걸어온 길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바로 이 순간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 입니다. 청년 시절부터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천했던 그 모든 것들이, 그리고 목회자로서 쌓아 왔던 지혜, 아픔, 눈물, 겸손, 담대함이 이제서야 그 온전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계획 속에 제가 있음을 항상 믿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지나올 때에는 그렇게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분의 계획은 완벽했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듯 합니다. 볼티모어의 아름다운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시카고 보다는 훨씬 덜 추워서 감사합니다. 그저 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지금까지 그러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저를 인도하시기에, 계속 앞으로 전진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7일 월요일

그리스도의 향기 가을 호 - 영혼을 살리는 수고는 참으로 아름답다

 

대학생 시절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즈음에, 러시아 단기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한 선교사님의 간증을 들었습니다. 자신의 꿈에서, 쇠사슬에 묶여 매달려 있는 러시아 사람들을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과연 누가 이 사람들을 위해서 갈 것이냐는 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은 그 사건을 계기로 주님의 부르심을 확신하며 선교를 시작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방문한 교회 외벽에는 선명한 총탄의 자국들이 있었습니다. 거친 사람들과 온갖 위험 속에서도, 오직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교회를 섬긴 그분의 이야기는 어린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한 그 귀한 수고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단기 선교의 시간을 통해, 저 역시 하나님께서 목회의 길로 부르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선교란 무엇일까요? 저는 선교는 영혼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의 지역과 모습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동일합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살리기 위하여 사랑으로 섬기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매우 수고로운 일이며 때론 고난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죽은 영혼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가장 큰 소원이며, 그분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일임을 확신하기에, 우리는 기꺼이 선교를 감당하는 것입니다. 

선교 위원회를 통해서 받은 김명화, 남화수 선교사님의 선교 편지를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마장어 성경을 만드시는 그 모든 수고가 담담한 문체로, 그러나 뜨거운 마음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장 사람들을 향한 선교사님의 그 애틋한 마음이, 마치 저의 마음에 직접 전달 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진리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그 소중한 과정이 참으로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성경 번역에 대한 선교사님의 열정과 그 세심함을 읽어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풍요로움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고 감사가 넘쳤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다양한 한국어 번역 성경을 주셨습니다. 저는 설교 준비를 위해 개역 개정, 새 번역, 우리말, 현대어 성경 등을 참조합니다. 한국어로 된 성경만 최소 네 종류 이상을 보면서 묵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다시 한번 깊이 느꼈습니다. 자주 참조하는 영어 번역은 The NET BIble, The Emphasized Bible, The Expanded Bible 입니다. 한글 성경 뿐 아니라 영어 번역까지 풍성하게 볼 수 있다는 현실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맥락은 모두 다릅니다. 어떤 분들은 현지에서 선교사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메릴랜드라는 지역에서 성도로 살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의 본질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삶의 분명한 목표는, 잃어버린 영혼을 살리기 위해 사랑으로 섬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며, 하나님을 위하여 그리고 복음을 실천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하나님께 간절히 지혜를 간절히 구해야 합니다. 성경을 번역하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자체가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직장, 비즈니스, 그리고 학교와 가정에서 실제로 영혼을 섬길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구해야 합니다. 보석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보석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봅니다. 마찬가지로, 영혼을 살리는 수고야말로 영원의 가치를 담은 가장 아름다운 일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볼티모어 교회가 바로 이 일을 위하여 마음이 하나로 모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소망합니다. 

2024년 10월 3일 목요일

헤브론 교회를 사임하며 - No Regret, 후회가 없기에 기쁨이 넘치다

 




아마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게임 잡지에서 무료 게임을 주었습니다. 그 게임의 제목이 No Regret 이었습니다. 신나는 액션 게임이었는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제목이 너무나 강렬해서 여전히 저에게 깊이 남아 있습니다. No Regret, 후회는 없다.

지난 주일에 사임 인사를 하였습니다. 성도님들 한분 한분 뵐 때 마다 마음이 뭉클해서 자꾸 눈물이 났지만, 더 활짝 웃었습니다. 당분간 못 뵙는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록, 저를 기억하시는 마지막 모습이 밝은 미소가 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한분 한분 손을 잡으면서 꼭 다시 뵙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살아보니 인생은 너무나 짧고, 사랑했던 분들은 꼭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을 최대한 감추고 다시 뵙자고 손을 흔들며 인사 드렸습니다. 

제 인생에 빛나는 시간인 헤브론 교회의 순간들을, 결코 글 하나로 정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잠시 글을 적는 것은,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힘들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말 아름다운 여행이었습니다. 아름답다라는 상투적인 말로는 그 기억을 다 담을 수 없습니다. 상쾌한 가을 바람 속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가는 것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성도님들이 주신 편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사진으로 남기면서, 저의 지나간 발자취들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정성으로 쓰신 글들이 참 감사했습니다. 아마 정말 오랫동안 기억이 날 것입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그렇게도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저는 헤브론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늘 전전긍긍했습니다. 저의 앞날이 늘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확정된 것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족의 미래도, 신분도, 사역의 내용도, 그리고 담임 목회의 길도 참으로 불투명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개척 교회를 섬기는 목사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절박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역하는 동안 언젠가 교회를 떠난다면 후회 없이 사역하고 싶은 마음으로 섬겼습니다. 제가 어떻게 열심으로 일했는가는 오직 하나님만이 아십니다.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당연히 있습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시 돌아가서 저에게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하더라도, 더 열심히 할 자신은 없기 때문입니다. 

시카고에서 볼티모어로 온 것은 제 인생에 너무나 큰 변화입니다. 저라는 존재는 동일하지만, 저를 부르는 호칭과 저의 책임과 권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담담합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담대함과 침착함을 제 마음에 부어주셨습니다. 이번주 설교를 준비하며 책상에 앉아 있는데 마치 이곳이 오랫동안 제가 머물렀던 곳처럼 느껴집니다. 

목사인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주님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한없이 아쉽고, 또 헤브론 교회 성도님들을 정말 많이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가족과 같은 분들이고 저의 젊은 시절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분들은 저의 가족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저는 앞을 향해 착실히 전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이, 이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동부에 오시면 꼭 연락을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뵐 날을 기다립니다. 사랑하는 헤브론 교회의 가족들을 다시 뵐 때에는, 저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마지막 헤어질 때에 활짝 웃었던 그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더 성숙하고 깊어진, 그래서 단순히 추억을 나눌 뿐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잠시만, 안녕히계세요.

* 볼티모어 교회 청빙 투표를 통과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저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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