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많은 부분이 어그러졌습니다. 굳이 그것 때문에 제 마음이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여러가지로 여의치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막내가 이빨이 많이 안 좋아서 어린이 치과에 갔습니다. 선생님이 소아 치과 전공이고 치의학 박사입니다. 무려 네번에 걸쳐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첫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팔을 붙들고 있는 저의 마음도 흔들립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정말 잘하십니다. 아이를 진정시키면서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번개와 같은 손놀림으로 빠르게 치료합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눈 앞에서 직접 모든 것을 보면서 탄복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의원이라는 곳을 가봤습니다. 선생님이 한의학 박사입니다. 사실 아내와 아이들 가는 김에 옆에서 그저 따라갔습니다. 아내가 굳이 등을 떠밉니다 '상담이라도 받아봐' 별로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아니, 아프지도 않은 사람한테 왜 굳이 상담을 받으래?'
막상 선생님 앞에 앉으니 아픈 곳이 술술 나옵니다. '등이 너무 아파서 몇년 동안 고생입니다' 잘 들어주시고 설명을 해주십니다. 회복 없이 지나치게 과로를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부항과 침도 처음 받아 봤습니다. 몸을 짚어주는 것이 보통 솜씨가 아닙니다. 워낙 친절하셔 단 한번에 몸도 마음도 회복된 것 같습니다.
박사라는 학위는 왠지 딱딱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 마음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큰 유익을 준 두분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목회학 박사를 받은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에, 실력있고 친절하고 따뜻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그런 사람일까?'
저의 전문 영역에서는 거침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탁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삶이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함께 읽는 기쁨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분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늘 수록, 저의 학위가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빛날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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