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일 월요일

그리스도를 잃어버린 할례파 / 디도서 10장 10-16절 주일 설교 (준비 과정)

 


* 그리스도를 잃어버린 할례파 / 디도서 1장 10-16절 주일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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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를 준비하는 마음

저는 사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무리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웃고 크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설교는 언제나 큰 부담입니다. 설교는 기본적으로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논증을 포함하지만 결국 선포입니다. 

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다면, 그저 조용하게 적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편하겠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나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서, 내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설교의 자리입니다. 절대적인 진리를 강하게 선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설교는 너무 부담이 되었습니다. 설교 원고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습니다. 성찬과 설교를 모두 인도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큰 부담이었지만, 사실 마음 안에 있는 더 깊은 부담은, 설교의 메시지였습니다. 평소 때 보다 더 잠을 잘 못 이루었습니다. 할례파 처럼 살아서는 안되며,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며, 그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다 드릴 수 밖에 없다는 그 강한 메시지가, 저의 마음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 그리스도는 나의 전부이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설교 메시지는 진실로 설교자의 마음이어야 한다" 그 누구도 거짓말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제 마음에 그리스도께서 저의 사랑이라는 마음이 없이, 어떻게 이런 설교를 할 수 있을까요? 

몇년 전부터 하나님께서 저에게 그런 마음을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저의 전부라는 것입니다. 아주 예전에는 그것이 일종의 논리로, 어떤 당위성으로 존재하던 것이 이제서야 저의 마음에 진리로 다가온 것입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것을 반드시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영적 확신이 제 마음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설교는 바로 그것을 풀어낸 설교입니다.

* 로고스의 사용

오랫 동안 좋은 주석들을 염두에 두고 모아왔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그렇게 오래 준비한 것들이 결실을 맺습니다. 사실 평소에 디도서를 설교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데 이미 충분한 주석을 모아 두었기에 별로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충실하게 스터디 바이블을 읽고, 또 이해 안되는 부분들은 주석을 보면서 준비했습니다. 

다만 이번 본문은 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특별히 1장 15절의 해석 부분이 쉽지 않았습니다. 주석들도 약간씩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디도서 Exegetical Summary를 충분히 참조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해석과 적용은 Exalting Jesus 주석이 가장 좋았습니다. 주해도 충분히 하면서도, 설교적인 맥락을 잘 살린 정말 좋은 주석입니다. 

문제는, 주석을 열심히 보는 것만으로는 설교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설교라는 것은 설교자의 확신과 성경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필요한데, 주석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일종의 배경적인 내용이며, 오히려 모든 것은 설교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설교는 충분히 성경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충분히 설교자가 준비하는 것입니다. 내용이 선명해지기 전까지 아마 가지고 있는 디도서 주석은 다 살펴본 듯 합니다. 참으로 길고 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결론적으로, 내면에 대한 진실함을 잃어버린 할례파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중심이라는 설교의 핵심 메시지를 이끌어 냈습니다.

* 성경 구절의 인용

어쩌면 모든 목회자들의 마음 가운데, 어떤 성경 구절을 어느 정도로 인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것입니다. 팀켈러 목사님의 설교를 들어보면, 사실 성경 자체를 인용하는 경우가 매우 적습니다. 본문을 충실하게 인용하면서 설교하지만, 다른 성경 구절을 많이 인용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팀켈러 목사님 보다는 성경 구절을 더 많이 인용합니다. 저는 보수적인 교단에서 자랐습니다. 그때 들었던 설교들이 어린 시절부터 쌓여서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때에는 보수적인 설교의 가치를 모르고 들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가장 성경적인 설교들을 꾸준히 들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번 설교에서 인용하는 성경 구절도, 어렸을 때 부터 들은 설교에서 등장하던 성경 구절입니다. 다만 꼭 맞는 맥락의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 위해서 정말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Dictionary of Bible Themes 도 많이 사용했지만, 개인적으로 성경을 펴서 서신서들을 훑으면서 맞는 성경 구절들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 마인드맵의 필요성

저는 제 설교가 "물처럼 흘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물처름 흐르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아름다워야 합니다. 논리적인 인과 관계가 있고, 설명과 반전과 확고한 주장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은 감정적으로 부드럽고 어떤 끊어지지 않는 선을 가져야 합니다. 

원래 설교 원고를 작성하면서 수도 없이 고쳐야 하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그래서 원고 작성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번 설교는 참 힘들었습니다. 탈진할 만큼 수정을 했습니다. 원고를 최종적으로 완성했다는 것 자체가 기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단순히 워드 프로그램에 원고를 작성하면, 그러한 흐름을 자유롭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마인드맵을 쓴지가 거의 20년이 다되어 가지만, 너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하나님께 종종 감사드립니다. 한 눈에 원고의 모든 흐름을 살피고, 그것을 편리하게 조율하기 위해서는 마인드 맵이 큰 유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설교는 일단 완성한 다음에 수정을 오래 했고, 논리적으로 겹치는 것들의 문장을 한 곳에 모으고 다듬는데 힘을 많이 썼습니다.

* 실제 설교 때의 마음 

성찬식 후에 설교가 바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운을 입고 그대로 설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엄청나게 더웠습니다. 몸에 온도가 올라가니 설교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지루할 만큼 연습한 덕분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설교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설교 중간에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도님들의 마음이 아프시지 않으면 좋겠다" 사실 목회자에게 성도님들은 가족과 같습니다. 내 가족에게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설교자는, 인간적인 어떤 맥락 조차 뛰어 넘어야 하는 듯 합니다. 주님께서 맡기신 사명, 그리고 성경이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이 강권하는 것, 바로 그것을 힘써 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때에는 준비한 원고에 대해서 의심하거나 주저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몇번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별히 1부 설교를 하고 나니 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 두 번을 더 해야하는데 마음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묵상한대로 준비한 그대로 설교하였습니다. 

설교 중에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롭다" 외로움은 아마 설교자에게 피할 수 없는 감정인 듯 합니다. 설교자는 마땅히 영적으로 가장 깨어 있어서, 설교를 잘 준비해야 하고 잘 전해야 하는 것은 사실인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외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예배 가운데 그 말씀에 대해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애써 전하는 유일한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교자는 성도님들의 바로 옆에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멀리 있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저의 외로움을 극복하게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설교했습니다.

* 설교의 전달과 강조

예전에는 원고를 완벽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 역시 목표로 합니다. 조사 하나까지 막힘 없이 흐르는 물처럼 설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연습을 하고 나니, 이제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설교 안에서 고저 그리고 강조" 입니다. 모든 내용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작성한 원고이지만, 충분히 연습을 한 이후에야 그 고저를 어떻게 결정할지가 보입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제가 쓴 원고이지만, 충분히 실제처럼 연습하고 나서야 더 풍성하게 완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내용에서는 최대한 짧게 문장을 작성하지만, 이번 설교는 강조할 곳은 문장을 꽤 길게 연결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렇게 문장 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이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서는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요즘에 연습하는 것은, 특정 부분에서 목소리의 톤을 올리되 목소리의 크기는 줄이는 것입니다. 노래에 비유하자면 약간 가성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아, 설교자가 지금 강조하는구나" 라고 느끼지만 소리의 크기의 부담이 없으리라 생각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연습하는 것은, 특정 부분에서 목소리를 아주 작게 줄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설교에서 "그러므로 할례파는 교회가 아닙니다" 라는 부분과 "그러나 진정한 기독교는, 우리의 마음 안으로 깊이 내려가야 하는 것입니다"라는 두 부분은 의도적으로 아주 작은 목소리를 사용했습니다. 실제 설교 현장에서는 훨씬 집중도가 있게 느껴졌습니다.

* 설교 후 반응

설교자의 입장에서는, 평소 저의 설교보다 반응은 좀 더 적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는 만큼의 저의 최선이었기 때문입니다. 몇 분의 성도님께서 은혜 받았다고 하시고, 또 한분의 성도님께서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참 부끄러웠습니다. 어쩌면 설교를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목회자의 본분이기 때문입니다. 

한 권사님과 안부를 나누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 말씀에 큰 울림을 받았어요...지난 몇달동안 불편한 상대가 있었는데,  그분께 미안한 생각이 들으면서, 제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권사님의 카톡을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역사하셨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설교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감당할 뿐이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하심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단기 선교를 떠나셨던 권사님들께서, 선교지의 시차가 같아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렸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은혜를 많이 받으셨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에, 그 말씀이 의례적인 인사인지 혹은 진심인지 설교자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사실 제 역량은 영상을 의식할 수준이 되지 못합니다. 그저 현장에 있는 성도님들과 교감하면서 설교를 이끌어가기에도 급급합니다. 영상을 통해서도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세번 정도 주일 설교를 더 감당하고 나면 이제 당분간 주일 설교자로서의 저의 역할은 끝이 납니다. 어떻게 감당하나 염려를 많이 했는데,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셨음을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그저 저의 한걸음 한걸음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과정이 되기를 원합니다. 

* "설교문전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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