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홈레코딩으로 들어오면, 그렇게 경험했던 이큐의 조절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큐의 각 밴드 값을 조절하게 되고, 그 이큐값이 적용되는 폭인 큐 값을 내가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단계 더 들어가서, 미드 사이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일반적으로 스테레오로 결과물을 내게 되는데, 센터의 사운드와 오른쪽 왼쪽 사이드의 값을 따로 설정해서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마스터링에 반드시 쓰는 이큐가 Brainworx bx_digital V3 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시는 것 처럼 정말 화려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기능도 막강합니다. :)
마스터링을 직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세츄레이션 플러그인을 쓰면 거의 예외 없이 소리가 harsh해진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믹싱 단계에서 잘 소리를 부드럽게 잡는다고 해도, 특별히 고음쪽에서 아주 날카로운 소리들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반드시 컨트롤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것들을 컨트롤 할 생각 자체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래 곡은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지만, 최종적인 결과물은 전반적으로 소리가 많이 harsh해서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저는, 마스터링 이큐 그리고 미드 사이드 이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무조건 일반 이큐를 걸어서 4-8k 정도를 깎아 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만 접근하면 최종 결과물 자체가 굉장히 소리가 답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뭔가 사운드에 화사함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런 화사함을 다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기껏 믹싱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망치게 됩니다.
그런데 미드 사이드 이큐를 사용하면, 이런 부분을 많이 극복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위의 Brainworx bx_digital V3 이큐 값을 보시면 미드 쪽과 사이드 쪽이 모양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에는, 이미 믹싱에서 많이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보컬의 치찰음쪽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그래서 좀 과한 듯 하지만, 6k 중심으로 2db를 깎아 냈습니다. 왠만하면 0.5db를 넘어서는 손대지 않으려고 하는데, 일단 귀에 적당할 정도까지 깎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드 쪽에서 초고음쪽도 그대로 잘라 냈습니다.
사실 마스터링 단계에서 사운드를 손대는 것은 매우 섬세한 작업입니다. 마치 조각가가 아주 섬세하게 자신의 작품을 조각해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Brainworx bx_digital V3는 auto listen과 auto-solo 기능이 있습니다. 현재 내가 손을 대고 있는 주파수가 정확하게 어떤 대역의 어떤 소리인지를 들려주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소리를 콘트롤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큐 밴드와 큐 값의 다이얼을 클릭하면 바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마스터링 단계에서 이큐의 핵심은, 미드와 사이드의 차별입니다. 저의 경우에 보컬은 주로 미드에 몰려있기 때문에 보컬은 미드 이큐로 치찰음을 조절하지만, 곡의 나머지 부분의 화사함은 최대한 그대로 가지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이드 쪽은 오히려 살짝 끌어 올렸습니다. 7k 정도에서는 미드 쪽과 동일하게 살짝 깎았지만, 오히려 그 이상의 하이에서는 살짝 올렸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인 느낌이, 곡 전체는 부드럽지만, 어느 정도 화사함이 살아 있는 그런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사이드 쪽의 화려함은 T-Square의 Hello Like Before 라는 곡을 들으면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유투브에서는 아쉽게도 앨범 버전은 들어볼 수가 없네요. Hello Like Before 는 곡 자체도 너무 아름답지만, 믹싱이 환상적입니다.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운 사운드의 곡입니다. 특별히 드럼의 심벌과 하이엣 쪽은 너무나 아련하면서 생기를 가지고 있는 그런 곡입니다.
로우 쪽은 하이와는 약간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주가 보이신 생명의 길"의 곡 구성을 볼 때에 로우 쪽은 약간 힘을 얻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킥과 베이스가 주로 들어가는 미드에서는 0.5db 정도를 올리고, 반대로 사이드 쪽은 살짝 빼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음 자체가 힘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테레오 필드를 다 지배하기를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조절해서 얻은 곡이 아래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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