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준용 감독님이 믹싱 마스터링 하신 곡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면서 확인했는데 잠이 확 깨더군요. :) 바로 스포티 파이로 찾아서 들어 보았습니다. 믹싱만 혹은 마스터링만 하신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둘다 혼자서 하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들어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노래 자체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가사가 너무 좋고 멜로디가 한국 발라드 중에서는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울라라는 분은 제가 워낙 가요에 문외한이라 처음 들어보지만 노래도 정말 잘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가 제일 궁금했던 것은 음원의 사운드였습니다. 거의 이틀동안은 이 곡만 들어본 것 같네요. :) 이준용 감독님이 완성하신 곡이라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를 뛰어 넘어서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일단 스피커로 들어보니 공간을 꽉 채우는 보컬 사운드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보컬이 스테레오감이 엄청 넓습니다. 세상에 이건 어떻게 하는걸까?
그리고 반주와 보컬의 밸런스가 정말 좋습니다. 저처럼 아마추어의 최대 고민은, 보컬을 키우면 촌스럽고, 보컬을 작게 하면 노래가 안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감독님의 곡은 정말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주더군요. 보컬이 선명하지만 동시에 다른 음악들이 충분히 음악적으로 드러납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 보컬을 처리하는 방식이 보통 두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최대한 그냥 듣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큐를 조금은 극단적으로 만져서 보컬의 개성을 살리는 것입니다. 이 곡은 두번째 경우로 보입니다.
처음에 이 곡을 언뜻 들었을 때에는,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메인 보컬만 때 놓고 보면 마치 옛날 라디오 느낌이 조금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컬에서 저음이 최대한 빠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우컷으로 무조건 처리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 이런,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그리고 코러스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코러스들이 너무 두드러지지 않게 확실히 고음은 많이 컨트롤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충분히 역할을 합니다. 아, 정말 대단하네요.
또 하나 아주 흥미로웠던 것은, 전체적으로 곡이 굉장히 화려하지만 전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터링으로 확인해 보니 최대 음압이 LUFS 5.9 정도까지 올라갑니다. 사실 이정도면 굉장히 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흥미로운 것은 제 느낌으로는 5k 중심으로 굉장히 사운드가 절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보컬은 시원하면서도 하지만 harsh하지 않아서 너무 매력적입니다.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귀에 통증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매우 특이한 것은, 보컬이 상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드럼과 스트링 등이 약간 더 고음을 절제한 것 처럼 들립니다. 윤종신님의 곡들은 사실 메인 보컬이 살지만 악기들이 너무 뭉개지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았는데, 이준용 감독님은 훨씬 사운드를 잘 만들어내시는 듯 합니다. 드럼 버스와 스트링 버스에서 이큐로 많이 절제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것만 들리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들리지 않는 그런 아주 특별한 느낌입니다.
특히 킥과 스네어 탐 등은 저음 등에서 존재감은 충분히 있지만 전면에 완전히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정말, 매력적으로 들리네요. 아 정말 밸런스가 너무 환상적입니다.
이 곡을 여러번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마치 사운드가 춤을 추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악기들의 다이나믹이 쉴새 없이 움직이고, 그 안에서 메인 보컬이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리버브와 딜레이가 쉴새 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곡의 전체 구성에서 작아짐과 커짐이 어색함이나 흔들림 없이 완벽하게 시간에 따라서 흘러갑니다.
특히 베이스가 마음에 듭니다. 제 장비가 딥한 베이스를 케치할 수는 없지만, 차에서 들으니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준용 감독님 영상에서 특별히 본인 스튜디오 만드신 것에 공을 쏟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음이 정말 너무 깔끔하게 들리네요. 좋은 공간에서 엄청난 실력자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정말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운 것은, 마지막에 피아노 마무리가 약간 피아노가 볼륨이 큰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약간의 아쉬움입니다.
이틀 동안 들으면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번주에 만드는 CCM 커버는 최대한 한번 따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따라해 볼 수 있을까?
일단 음질이 차이가 꽤 나더라도 유투브에서 MP3로 변환시켜서 Metric AB에 띄웠습니다. 그리고 비교해서 들으면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보았습니다. 메인 보컬은 생각한대로 최대한 5k 근처 소리들을 절제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큐를 약간은 극단적으로 사용해서 조금은 라디오 느낌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동안 시도했다가 결국에는 포기했습니다. :) 아무리 들어도 메인 보컬의 느낌은 도저히 흉내낼 수가 없더군요. 한번 만들었다가 결국 망치고 접었습니다. :)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제가 평소에 하던 스타일대로 하되, 보컬을 패러럴 컴프레싱으로 하면서 패러럴 쪽에서 스테레오 이미지를 굉장히 많이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드럼과 스트링 들은 버스 채널에서 풀텍 이큐를 사용해서 일부러 소리를 고음쪽을 많이 깎아 냈습니다. 확실히 톤 메이킹에는 풀텍 이큐가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버스 채널에서 적극적인 톤 메이킹은 처음으로 해보았는데 정말 흥미롭더군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완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마스터 단 볼륨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었는데, 이준용 감독님 곡을 들으니 후렴 쪽이 전체가 같이 커지는 것이 너무 듣기 좋아서 후렴 반복 정도에 0.3 데시벨 정도를 올렸습니다. 마스터링 전 단계에서 부터 그렇게 셋팅을 잡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마스터링은 정말 간단하게 잡았습니다. 믹싱이 너무 새로운 도전이었고, 믹싱에 공을 많이 쏟았기 때문에 최대한 원본을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했습니다. IRON에서 최대 1db 정도 게인 리덕션에, Black Box에서 너무 과하지 않게 세츄레이션을 넣고, 마지막으로 Bettermaker EQ232D에서 미드 사이드로 해서 미드 쪽에 과한 치찰음들을 최대한 눌렀습니다. 평소보다 좀 과하게 누른 듯 합니다. 그리고 The Wall 리미터로 올렸습니다. 아래 결과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했다고 판단하는 부분은, 일단 의도한 부분들은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드럼과 스트링이 먹먹한 편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존재감이 있습니다. :) 드럼 스네어가 너무 먹먹해서 좀 아쉽지만 여하튼 새로운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 합니다. :)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제가 지금까지 믹싱한 곡 중에, 메인 보컬이 가장 크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크게 들리는 것이 너무 만족스럽네요. 아,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준용 감독님 곡을 들으면서 뭔가 보컬과 악기들이 다 같이 풍성하게 올라가는 느낌이 너무 좋았는데, 아주 약간은 비슷한 느낌이 나서 그것도 긍정적입니다.
사실 곡을 녹음하고 최종 결과물을 낼 때 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하지만 하면서 참 즐겁고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고민하면서 결국에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또 음색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깊어지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계속 공부하면서 계속 훈련하면서 만들다 보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전체 글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2/10/blog-post_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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