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 봤니? 49 - 너는 내 운명일까? 베링거 Behringer TM1 컨덴서 마이크 언박싱 과 첫 녹음 (2)

 


새롭게 어떤 물건을 산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 하물며 노래하는 사람에게 10년만에 새 마이크라뇨? 이거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거의 비슷한 가격대에서 아주 약간의 업그레이드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베링거 TM1에 대한 엄청난 기대는 없었습니다. :) 그래도 지명도 있는 로데의 카피 모델이고, 그리고 테스트 영상이 굉장히 좋아보여서 기대감이 어느 정도는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박스를 열어보니, 이런.. 고급감이 상당합니다. :) 

무엇이든지 간에, 제 역할을 해 줄 때 가장 좋은 듯 합니다. 그런면에서 마이크는 소리를 잘 받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리를 잘 받아준다는 것은, 제가 생각할 때에는 "자연스러움"이 그 핵심인 듯 합니다. 

물론 저가형 마이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움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도 하지만, 이큐와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저는 그 마이크가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래 곡은, 베링거 TM1으로 녹음한 첫 곡입니다. 과연 이 마이크는 저의 운명이 될 수 있을까요? :)


어떻게 들으셨나요? :) 사실 이 정도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 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족히 평소보다 두배의 시간은 걸린 듯 합니다. 

일단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AT2020에 맞춰놓은 모든 셋팅값이 전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 저의 보컬 플러그인 체인에서 가장 중요한 다이나믹 이큐값이 완전 느낌이 달라져서 새롭게 느낌을 찾아야했습니다. 세개의 TDR NOVA를 사용해서 제가 생각할 때에 가장 괜찮은 느낌을 찾아보았습니다. 




요즘에 고민하는 것은, 마이크를 어느 정도까지 가까이대고 불러야 하는가 입니다. :) 저는 지금까지 상당히 가까이 대고 불렀기 때문에, 오리지널로 녹음된 소리는 굉장히 뭔가 굉장히 텁텁하고 라디오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NOVA를 첫번째 처럼 셋팅 값을 잡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치찰음 대역대를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제 목소리가 저음에서 굉장히 답답한 부분들이 있어서 최대한 눌렀습니다.

혹시 눈치 채셨는지도 모르겠지만, TDR NOVA의 좌측 하단에 보시면 WIDEBAND라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NOVA를 사용할 때에는, 특정한 주파수 대역을 제가 지정하고 그것에 맞춰서 그 대역만 셋팅된 게인 값으로 컴프레서처럼 누르는 형식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도저히 소리를 잡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처음으로 WIDEBAND 형식으로 노바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NOVA의 메뉴얼까지는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래프로 셋팅값을 넣으면 그것을 기준으로 넓은 대역을 한꺼번에 컨트롤 하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음색은 어느 정도 잡았는데, 사실 마음에 드는 소리가 안나왔습니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숨소리가 너무 많이 들어갔습니다. 베링거 TM1은 AT2020으로 녹음하던 것과 비교할 때에 엄청 예민한 마이크입니다.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베링거 TM1을 써보고 딱 느낀 것은, AT2020보다 훨씬 소리에 예민하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고음역이 강하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뭔가 예민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가 팝필터를 하나 더 씌웠음에도 불구하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치찰음이 들어갔습니다. 이 마이크는 절대로 너무 가까이 대고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

녹음을 다시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디에서로 누르고 이큐로 깍고, 그리고 숨소리조차 전부 잘라낸 것이 위에 음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이큐 값들을 조절해도 어떤 "느낌"이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이런 부분을 언어로 표현하기는 참 어려운 듯 합니다.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에, 아, 이건 정말 소리가 좋은데? 보컬이 참 좋은데? 이런 느낌이 도저히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아무리 믹싱을 새롭게 하고 리버브 딜레이 등을 써도, 제가 지금까지 보컬에 사용하던 플러그인들과 마스터링의 체인으로는 도저히 안되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세츄레이션 두가지를 추가로 사용했습니다. 

* SPL TwinTube



일단 메인 보컬과 코러스 보컬에 추가적으로 SPL의 TwinTube를 처음 사용해 보았습니다. 원래는 자주 사용하던 테잎 머신 플러그인을 사용해 보았는데, 고음까지 너무 세츄레이션을 시키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베링거 TM1이 하이가 강해서 괴로운데 도대체 상성이 맞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모닉스를 따로 분리시키고 세츄레이션만 먹일 수 있는 TwinTube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걸어 보았습니다. 위에 보시면 HARMONICS는 꺼져있는 상태입니다. 세츄레이션 노브를 보시면 레벨을 12까지 올렸는데 이미 절반 이상을 올렸네요. :) 평소 같으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을텐데 일단 좋다고 느껴질 때까지 충분히 올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마스터단에는 BLACK BOX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원래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어서 전혀 관심이 없던 플러그인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유투브 영상을 보니, 사운드는 정말 좋은데 사용법이 너무 까다롭다는 평이 많더군요. 일단 편견 없이 노브들을 조절하면서 전반적으로 소리가 좋아질때까지 움직여 보았습니다. 

사실 베링거 TM1도 중요한 포인트였지만, 이 BLACK BOX가 정말 물건이라고 느껴졌습니다. :) 기존의 음원에다가 어떤 색깔을 확 부여하는데 그것인 전혀 기분이 나쁘지가 않습니다. 진짜 뭔가 사운드의 선명도와 생동감을 확 살려냅니다. 

이렇게 최종적인 마스터링 과정에서 블랙 박스의 셋팅 값을 조절하다가 딱! 어떤 지점에서 느낌이 왔습니다. :) 그 느낌은, 헤드폰으로 들을 때에 보컬이 딱 머리 안으로 들어오는 타이밍이었습니다. 과하지 않지만 충분할 정도로 보컬이 존재감을 부각하는 딱 그 느낌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으로 최종 EXPORT를 했습니다. 

최종 결과물을 한참을 믹싱하면서 듣고 느낀 것은, 베링거 TM1이 AT2020보다는 그래도 "훨씬 낫다" 입니다. :) 사실 저가형 마이크에서 AT2020은 절대 강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비록 카피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베링거는 꽤 괜찮은 마이크를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느끼는 차이점은 어떤 "고급감"입니다. 사실 AT2020을 사용하면서 원하는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 이큐를 특히 dyneq를 무지무지하게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베링거 TM1은 와이드 밴드로 적당하게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컬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리의 질감"이라는 측면에서도 훨씬 좋다고 느꼈습니다. :) AT2020으로 녹음한 제 목소리를 들어보면, 뭔가 약간 싸구려 같은, 뭔가 저질의 소리가 살짝 살짝 섞여 있습니다. :) 아무리 이큐로 감출려고 노력해도, 오리지널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그 뉘앙스까지는 바꿀수가 없습니다. 물론 세츄레이션을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TM1은 좀 다릅니다. 상업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어떤 아주 고급스러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 싸구려는 아니야" 라는 TM1의 항변은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 :) 

그런 맥락에서 아주 흥미로운 것은, 세츄레이션을 더 강하게 먹였을 때에 소리가 변질된다기 보다는, 기분 좋게 살아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원래 오리지널 사운드가 그만큼 받쳐주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베링거 TM1으로 첫 곡을 녹음해 보면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한번 가늠해 보았습니다. 일단 소문대로, 마이크 자체 노이즈가 엄청 낮습니다. 가장 큰 메리트입니다. 대만족입니다. :) RX의 디노이즈를 조금만 사용해도 거의 완벽하게 잡음이 제거 됩니다. 

그래서 일단 다음 녹음에서는, 충분히 마이크와의 거리를 두고 노래를 부를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마이크 자체 노이즈 때문에 마이크 입력 게인을 올리는 것을 많이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외장 프리 역할로 사용하고 있는 402VLZ4의 입력 게인을 충분히 올려서, 치찰음을 방지하면서도 어떤 느낌으로 녹음이 되는지 계속 테스트를 해 볼 예정입니다. 

결론적으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 너무 저가형이고 또 베링거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것 같아서, 사족처럼 제 느낌을 최대한 정리해서 적어 보았습니다. "가격대 성능의 기적"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의 운명"으로 함께 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라도 저가형 컨덴서 마이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전체 글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2/10/blog-post_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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