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4일 토요일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 (07) - 노트의 품격 / 글을 쓰다, 그리고 행복을 누리다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혹은 어떤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이 정말 큰 삶의 의미를 누리게 해주는 것일까요? 젊은 분들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물론 여러 조건들이 중요합니다. 외모도 학벌도 혹은 재정적인 능력도 중요합니다. 저는 이것들이 전혀 가치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같은 삶의 목적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에 행복과 삶의 의미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 삶의 목적이야 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결혼한지 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내는 저의 삶의 가장 큰 동반자이며, 저의 삶의 가장 행복을 가져다주고 또 큰 의미를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누는 대화와 공감들이 저를 너무나 기쁘게 합니다. 

제가 모든 책을 다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허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간혹 책을 추천하고 또 함께 읽자고 할 때에 저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기쁨이고 또 제 자신을 새롭게 열어가는 계기를 누립니다. 아내가 "노트의 품격"이라는 책을 추천하여서 함께 보았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이 책이 완벽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장 크게 보이는 허점은, 저자이신 이재영 교수님께서 노트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 평범한 상식 안에서 노트라는 것은 메모지 정도 혹은 좀 더 두꺼운 학생 노트 정도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사용하는 노트라는 것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사실상 저자가 인용하는 많은 노트의 예들은, 단순히 개인이 습작 정도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학자의 논문에 가깝다는 점에서, 일반 상식의 차원과는 거리가 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중간에 잠시 고민했던 것 처럼, 시대를 이끌었던 탁월한 천재들이 모두가 노트를 기록하는 방법을 통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시대적으로 전혀 다른 배경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하나의 방법만으로 그들의 탁월함을 정의한다는 것은 다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노트만이 진정한 노트라는 쪽으로 좀 더 강조를 두신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하여 탁월하게 노트하는 분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시너지를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아날로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재영 교수님은 참 따뜻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기회만 된다면 차 한잔이라도 함께 하면서 대화하고 싶은 그런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천재적인 재능에 열광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저는 나이가 들수록 따뜻함이 훨씬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간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누군가의 번뜩이는 재능과 지성은 사라지겠지만, 그러나 누군가와 경험했던 따뜻한 그 순간만큼은 정말 마음에 오래 남는 것입니다. 이 교수님 역시 자신의 은사로부터 지식을 배울 뿐 아니라 행복한 경험을 했던 것을 많이 기록한 것을 보아, 아마 이 부분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결론적으로 놓고 보자면, "글을 쓰는 것 그리고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저자는 굉장히 성실하고 끈질기게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이들을 추적합니다. 추적합니다. 다양한 천재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면 속에는 그들의 노트가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것을 발전시키고 발전되는 주제들을 탐구하며 삶을 풍성하게 만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는 요즘에 글쓰기는 "인간을 탁월하게 만들어주는 도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탁월함을 동경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에도 "탁월함에 이르는 쓰기의 비밀"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물론 노트를 계속 하면 혹은 글쓰기를 계속하면 그리고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점점 탁월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트에 대한 저자의 진정한 마음은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탁월한 사람들은 수 많은 노트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노트를 기록한 이유가 단순히 자신이 탁월해지기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동물과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선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트를 기록하면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지식과 지혜를 쌓아가는 것 그 자체에서 행복을 누렸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저자는 노트야 말로, "자기 다움의 길을 여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강의식 교육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목회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많은 성도님들은 다른 사람이 나의 머릿 속에 어떤 것을 집어 넣는 행위 그 자체를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것은 교육을 받지만, 그 교육을 통해서 자기 다움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을 받아서 그것을 삶으로 실천해 내는 것을 너무나 낯설어 합니다. 교육의 내용은 내 안에서 소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저작 강조하는 노트이든, 혹은 토론이든 자신의 내면 속에서 반추할 기회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기독교인의 실천은 매우 요원합니다.

그러나 사실 진정한 교육은, 진리를 붙들고 자기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를 성찰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특별히 노트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자기 자신의 성찰을 스스로에게 가시적으로 나타냄으로써 자아를 더욱 정돈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의 내용을 성도에게 적용하고 싶습니다. 성도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 귀한 일입니다. 큐티를 하면서 여백에 기록을 해 보는 것도 좋고,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여서 써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탁월한 이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자신의 내면을 다져나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요즘에 유행하는 신조어들을 이용하면서 SNS에 단문으로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은 쓰면서 느는 것입니다. 대단한 학위를 가지지 않았어도, 자신의 삶에 진실하고자 한다면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반성하게 되고 결심하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게 되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게 됩니다. :)

인간은 죄로 인해 망가졌습니다. 망가지지 않은 부분이 없기 때문에 참으로 마음이 낙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망가진 우리도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기억시켜 줍니다. 

저는 글쓰기야 말로 하나님의 형상에 기인한 인간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최고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행복이며 황홀한 것입니다. 진화로 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늘로 부터 내려온 것입니다. 귀한 책을 읽게 되어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노트의 품격으로, 글쓰기의 품격으로, 인간다운 품격을 가지고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습니다.

*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 전체 글 모음 / 당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길"
https://jungjinbu.blogspot.com/2023/03/blog-post_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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