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5일 수요일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 봤니? 37 - 밸런스가 중요한 믹싱, 꼭 작은 볼륨으로, 기준을 잡고 시작 하세요

 


믹싱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 완전한 백지에서 출발해서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는 것 처럼, 믹싱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여러 악기 트랙들을 조율해서 최종적으로 스테레오 사운드의 음악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솔직히 뭔가 만들어진 결과물을 들으면, 뭔가 들을 만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감탄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적인가?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

보통 믹싱을 배우기 위해서는 레슨을 받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 실력있는 분에게 제자로서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주로 웹에 있는 자료들과 영상들을 통해서 배웁니다. 웹상에 있는 조언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종종 정말 탁월한 가르침을 발견합니다.

정확하게 어디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분이 믹싱에 대해서 조언할 때에 "꼭 작은 볼륨으로 믹싱하세요" 라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납니다. 정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스쳐 지나갔던 조언입니다. 그런데 이제보니, 믹싱에서 그것만큼 중요한 조언은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한동안 스스로 한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친 최종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분명히 헤드폰으로 그리고 스피커로 들었을 때에는 꽤 괜찮았는데, 이어폰이나 차에서 들으면 이상하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스트링이나 다른 악기들이 전혀 들리지 않고 목소리만 너무 크다든지, 혹은 드럼의 스네어가 너무 크다든지의 결과가 종종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꼭 작은 볼륨으로 믹싱하라"라는 조언이 생각이 나서,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헤드폰 단의 볼륨을 많이 낮추었습니다. "딱 평소에 음악을 듣는 음량 정도"에 놓고 전체 믹싱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드디어 그나마 괜찮은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 그리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결과물이 좋아진 원인은 뭘까?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귀는 너무 큰 볼륨에서는 제대로 밸런스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예를 들어서, 자신이 평소에 듣는 음악의 볼륨보다 훨씬 크게 들었을 때에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좋게 들립니다. 보컬, 드럼, 기타, 킥, 베이스 등등이 모두가 풍성하고 드라마틱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밸런스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크게 들을 때에는 정말 괜찮았는데, 막상 평소에 듣는 볼륨으로 들으면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전략을 바꾸어서 믹싱할 때에 볼륨을 확 줄여서 딱 평소 음량으로 들으면서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밸런스를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분에서는 스트링이 점점 커져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스네어가 좀 더 강하게 나와야하는데 작은 볼륨에서 드디어 그 차이가 잘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평소 음량으로 듣는 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 평소 듣는 곡의 LUFS가 다 다를 것이고 내 기분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평소 듣는 것 보다도 약간 더 작게 소리를 줄이면 더 잘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듣고 믹싱하다가 다시 볼륨을 평소보다 조금 더 키우기도 합니다. 약간의 변동은 있겠지만 일단 보통의 볼륨을 기준으로 잡고 믹싱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작은 볼륨에서 믹싱한다고 믹싱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또한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 왜냐하면, 믹싱은 결국 밸런스를 잡아야 하는데 밸런스라는 것은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사실 이 부분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수 많은 악기 중에서 무엇을 기준을 잡아야 할까요? 

물론 심플하게는 드럼 킥과 베이스를 기준으로 잡을 수 있고, 그런 식으로 가르치는 분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드럼 킥과 베이스도 음량과 밸런스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이지 않고 강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킥 드럼도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하지 않고 약간 작게 시작합니다. 드럼 버스 트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해야 실제로 듣기에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정한 것은, 한 음악의 어느 타이밍에서든지 간에, 목소리에 밸런스를 맞추는 것입니다. 대략적으로 목소리를 1이라는 수치로 계산한 다음에, 그것을 기준으로 믹싱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목소리 1 기준으로, 스트링은 처음에는 0.5 정도, 그리고 스트링을 후렴으로 가서 클라이맥스에서는 거의 0.9 정도입니다. 시험 삼아 스트링의 음량을 1.2 정도로 해 보았는데, 귀에 거슬리는 것으로 보아 이정도 밸런스가 좋은 듯 합니다. :)

결론적입니다. :) 믹싱은 밸런스가 중요한데, 목소리를 가장 기준점으로 잡는 것이 현재로서는 좋아보입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기준으로 해서 밸런스를 잡을 때에는, 평소에 음악을 듣는 작은 볼륨에서 밸런스를 잡아야 잘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곡은, 이러한 밸런스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믹싱할 때에 그리고 심지어 마스터링 할 때에도 가급적 평소 볼륨 정도에 놓고 작업한 것입니다. 


들으시기에 어떠신가요? 정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 목소리가 전체적으로 0.5dB 정도 더 낮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기독교 방송 라디오 송출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라 찬양 가사가 잘 들려야 되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두었습니다. 

블로그를 읽으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목회가 전공이지 음향이 제 전공은 아닙니다. :) 그래서 정목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믹싱하는구나 정도로 이 글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홈레코딩에서 밸런스 문제로 고민하시고 계시다면, 제가 시도했던 방식으로 한번 해 보신다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을 얻으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전체 글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2/10/blog-post_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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