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고민 끝에 유학을 결심하고, CFNI(Christ For The Nation's Institute)에 대해서, 그리고 Worship and Technical Major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준비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알아보았지만, 알게되는 정보들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입학하는 방법등의 정보가 아니라, 그곳에서 배우는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들 그리고 목회적인 고민이 궁금했지만 한국에서 그것에 대해서 알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때 인터넷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노력이나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학 생활을 시작하고 1년반이 지나면서, 이곳에 오기 전에 저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과연 그것은 어떤 곳일까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곳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 것이고, 또 그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 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한동안 여력이 없어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한가지를 계속 제 마음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소자와 같은 제가, 유학 오기 전 저처럼 동일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CFNI의 생활과 배우는 것들은 지금까지 정리한 글들을 읽어본다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칼빈은 어떤가요?
지나간 한학기와 그리고 절반의 학기를 돌이켜 볼 때에, 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의 페이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한국은 레포트라고 하지만 여기는 페이퍼라고 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 그렇습니다. 바로 제 페이퍼 안에 이곳에서의 모든 고민과 생각과 열정과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저의 미래의 목회를 생각하며, 또 성도님들을 생각하며 흘린 땀과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이곳을 졸업하게 된다면, 저에게 가장 남는 것은 아마도 저의 글들일 것입니다. 사실상 이곳 칼빈에 온 목적은, 깊은 고민 가운데 이 글들을 정리하여 쓰기 위함이며, 어떤 의미에서 이곳에서 경험한 모든 것의 정수가 바로 저의 글들안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곳에서 쓴 페이퍼들을 블로그에 공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쩌면 매우 부끄럽기도 합니다. 과연 유학 온다고 나와 있는 제가, 거기에 합당한 열매들을 맺고 있을까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이, 유학까지 나간 제가 이정도 밖에 하지 못했다고 저를 우습게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저의 기분은 굳이 비유를 한다면, 마치 여성에게 있어서, 화장을 하지 않고 중요한 외출을 하는 것과 같은 마음 입니다. 저의 페이퍼들은 화장하지 않은 저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부끄럽습니다. 교수님과의 은밀한 비밀로 남기고 싶습니다. 과정은 깊이 숨겨두고, 칼빈을 졸업했다는 기쁜 명예만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의 개인적인 두려움과 부끄러움의 차원을 넘어서서, 뭔가 좀더 교회에 유익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가 고민했을 때에, 제 글들을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저의 결심은 오직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유학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실행에 옮길 수 없는 분들에게, 유학의 결과물을 저의 페이퍼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발견하는 것과, 저의 글들을 읽음으로써 제가 고민했던 주제들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유익을 얻고 소통하는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섯편 정도의 페이퍼를 썼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모든 글을 그 배경과 저의 고민 그리고 교수님의 평가와 함께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금 읽으시는 이 글이, 그러한 저의 결심의 첫번째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 페이퍼와 관련된 글은 "칼빈 신학교 페이퍼" 라는 태그를 걸겠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 신학교에 들어가 전도사로 사역할 때에, 아이들에게 교리 교육을 처음 시도했습니다. 교리 교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저의 아주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시중에 나온 어린이 교리 교육에 관한 자료들을 보면서 많이 부족함을 느꼈고, 두눈이 반짝이는 아이들 앞에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는 교리 교육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적게 듣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것을 "암기" 해야 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것이 교리 교육의 목표이고 과정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미 교리 교육의 역사 가운데, 지나친 암기에 관한 부작용들은 확인되었고, 이제 더 이상 외부적인 권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는 현대의 사람들의 태도로 인해, 이제는 교리 교육이 거의 사리질 지경인 것이 사실입니다.
저의 칼빈에서 첫 학기는, 논문을 쓰는 방법을 익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의 전공 가운데서 주제를 잡고, 그것을 가지고 교수님의 지도(역사 신학 전공)를 받으며 글을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저의 고민이었던 교리 교육을 가지고 주제를 잡았고, 교수님 밑에서 글을 완성 하였습니다. 그 과정은 정말 평생에 잊지 못할 만큼 고되고, 또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교리 교육에 관한 글들을 찾아보면서, 한가지 중요한 쟁점이 등장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제가 고민해왔던 바로 그 내용인데, "어떻게" 교리 교육을 해야 하는가 였습니다. 많은 개신교의 교리는 질문과 대답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상황에서, 학자들은 그것은 바로 암기를 위해서 개발된 도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에 대하여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굳이 암기 자체가 목적이라면, 왜 질문과 대답이라는 형태를 도입했을까요? 그리고 그것은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까요?
개신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고, 교리 교육을 확장시킨 대표적인 인물인 루터를 통해서 그 대답을 찾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원하던 주제를 가지고 탁월한 학술적인 글을 쓴 사람들은 사실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학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적어도 결론을 맺으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루터는 교리 교육에 있어서 질문과 대답 형식을 쓴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성도들이 그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루터만의 방법이 아니라, 사실은 교회사 가운데 많은 이들이 교리 혹은 성경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사용하였던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루터는 교리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역사적인 인식이 있었고, 그리고 그 가운데 사용된 질문과 대답이라는 형태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방법론을, 그가 성도들을 위하여 쓴 그의 가장 소중한 작품 소요리 문답 가운데 적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이것에 대하여 모든 것을 종합한 저의 페이퍼의 제목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The Question and Answer System of Luther's Small Catechism - A Special Method to Aid the Laity In Understanding the Contents"
저의 글 가운데 제가 이해할 때에 가장 탁월한 논리는, 거의 마지막 부분에 들어 있습니다. 루터가 소요리 문답에 사용한 질문과 대답 형식은 우발적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이미 그는 소요리 문답 이전에 출판한 글에서, 질문과 대답을 통한 교리 교육의 목적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암기를 넘어서서(루터는 기본적인 교리를 암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성도가 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중요한 방법임을 루터 스스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에, 우리는 루터가 이미 기존에 고민하고 알고 있던 부분을 자신의 소요리 문답의 틀로 의도적으로 적용하였다고 충분히 가정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은 다른 학자들이 눈여겨 보지 않은 부분이고, 제가 어느 정도 독창적으로 이해한 부분입니다.
첫학기를 마무리하며 제 모든 과정을 함께 한 교수님은 이런 평가를 해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A- 를 받았지만, 교수님은 확실한 A-를 위해서는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평가해 주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 글의 수준은 B+ 와 A-의 중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흥미 있는 주제라고 평가해주었지만 이 분야에 대한 결정적인 페이퍼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통찰력을 준다고 코멘트 해 주었습니다.
이곳 칼빈은 페이퍼에 대한 영역별 점수를 메기고 종합하는 형식입니다. 각 영역별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5 = Exceptional 4 = Meets Requirements 3 = Needs Improvement 2 = Significant Concerns 1 = Unsatisfactory 그것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제가 받은 점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Focus : Is the writing unified around a central, significant idea and does it advance a clear thesis? 4 1/2
2. Argument : Do the arguments support the central idea or thesis? Given the audience, are the arguments persuasive? Are arguments supported with evidence (e.g., facts, examples, analysis)? Given the audience of the writing, is the analysis and development of the central idea superficial or too deep and technical?) 4 1/2
3. Clarity : Is the writing clearly organized? Is the central idea or thesis developed with clear progression? Do grammar, sentence structure, paragraphing, and transitions contribute to the clarity of the writing? 4 1/2
4. Engagement of sources : Are appropriate sources used? Are the ideas or others (e.g., of the biblical text, of other scholars) correctly understood or superficially engaged? Are the ideas of others presented charitably, truthfully, and insightfully? Given the genre of the writing, are supporting details documented properly? 4
5. Style : Does the writing demonstrate and awareness of the audience? Does it hold the audience's attention? Is the tone appropriate? Is it persuasive? Does it demonstrate the power to move the mind, affections, and will of an audience (if applicable)? 4 1/2
Total : Generally speaking, a passing assignment should receive 15 or more points. 22
기술의 발달로, 도서관에서도 찾기 어려운 자료들이 구글을 통해서 많이 검색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http://books.google.com/ 에서 과거의 자료 가운데 스캔된 유용한 자료들을 많이 찾았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구글이 자체적으로 스캔한 책은, 검색어를 통한 내부 검색도 가능합니다. 비록 전체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리고 한국에 계시더라도, 구글 검색을 통해 제 각주를 추적하셔서 원본 소스를 찾으실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공부하며 많은 글들을 봅니다. 제가 모르는 분야에서, 관심있는 분야에서 소중한 각주 하나를 찾을 때의 그 큰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와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저의 글을 통해서, 제가 느낀 기쁨들을 함께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 작은 등대가 되어서, 소중한 교회와 성도님들을 좀더 잘 섬길 수 있게 돕는다면, 제 인생에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도 교회를 위해서 고민하고 헌신하는 많은 분들에게,
주님의 은혜와 복이 넘치기를,
그래서 오늘도 행복, :)
P.S. 링크를 클릭하시면 페이퍼 원본을 보시고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box.com/s/j1j8a790i0xz9vgujq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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