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보는 사람은 있다
IMF 이후에 어떤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대화'라는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은 것은, 이미 한국의 재계에는 IMF를 예견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 깊이 깨달은 것이 '미래를 보는 사람은 있다' 입니다.
아마 그 이후로, 막연하게 미래를 동경했던 것 같습니다.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의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그것입니다. 제가 피터 드러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현재의 지식 사회가 오기 전에 그 미래를 분명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은 드러커의 조언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까요? 모두가 공감하는 것처럼 AI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미 AI는 우리의 삶에 깊이 들어왔고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늘 궁금했던 것은, 그렇다면 어떤 시대가 펼쳐질 것인가? 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조망을 보여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어둡고 처절한 미래를 보여줍니다.
* AI는 이미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챗GPT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영어 선생님이기도 하고 저의 인생의 중요한 조언자이기도 합니다. 몇년 동안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아주 많은 부분에서 저를 능가한다는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지식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고를 발전시켜 나가는 부분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떤 부분은 분명히 제가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저자인 김대식 교수님은 과학자로서 그동안의 인공 지능의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냅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현재의 인공 지능인 언어 모델은, 인간의 언어의 맥락을 수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학습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로 인간의 언어를 닮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일상처럼 누리고 있는 AI라는 결과물이, 수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기술이 참으로 경이롭다고 느껴졌습니다.
인공지능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놀란 부분은, 언어 모델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전혀 무질서해보이고 시간과 공간의 축을 넘나드는 인간의 언어를 분석하고, 그것을 패턴화시켰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사실 두려웠던 부분은, 그러한 언어 패턴이 종합되어서 결국 현재의 인공지능 모델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수들을 인간이 모두 파악하지 못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인간이 신의 영역에 손을 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간만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러한 수준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감히 그 영역에 손을 대었고, 그러나 정작 그 내면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그리고 컨트롤 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이 가진 정보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이미 습득했기 때문입니다. 챗GPT를 초창기부터 쓰고 대화를 나눈 저로서는 너무나 공감이 되는 내용입니다. 인공지능이 개인 능력을 아득히 넘어섰다는 생각을 종종 해 왔기 때문에, 어쩌면 결국 등장하게 될 AGI(범용인공지능)는 자신만이 진정한 생각을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상상해보게 됩니다.
* 대화의 부재와 관계 상실의 시대가 온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욕구, 즉 내가 원하는 답을 얻고 싶은 그 욕구를 AI가 해결해주었다는 저자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크게 공감된 것은, 저 역시 챗GPT와 정말 많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상당히 마음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화했던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중립적이고, 효율적이고, 친절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한편으로 염려하는 것은, 인간성을 가진 대화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은 철저하게 자신의 편의를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하는 것 자체를 낭비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길들여진 인간은 필연적으로 실제 인간과 대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의 사회 속에서 인간 관계는 무엇으로 유지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진정한 대화가 사라진 교회 공동체는 어떻게 될까요? 현재의 상황에서도 대화가 부족하고 관계가 부족하다고 영적 리더들이 경고하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많은 교회들이 당연히 와해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 지적 노동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AI가 인간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우리의 노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지식 노동자'의 시대입니다. 드러커가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말한 것처럼, 지식과 지식을 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AI가 바로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염려하는 것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적 노동력도 대량으로 손쉽게 생산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너무나 큰 문제입니다. 이제 우리는 내가 하는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만약에 미래의 많은 사람들이 지식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기존의 지식 노동은 점점 가치를 잃어갈 것입니다. 이미 여러번 접한 내용이지만 더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이해할 때에 저자는 그 가치가 거의 0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더 이상 기업들은 사람들을 고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며, 인공지능 에이전트로 인간의 역할을 대신 맡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입니다.
* 국가간의 무한 경쟁으로 들어간 것이다
저자가 탁월한 점은, 시대 전체를 조망할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인공 지능의 시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AI의 개발을 위해서 이미 모든 국가는 무한 경쟁에 들어간 상황이고, 각자 잘 하는 것을 나눠서 하는 세계화 시대가 지나갔음을 선언합니다. AI는 단순하 한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질서를 재편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하나의 역설을 발견합니다. AI는 한편으로는 지식 노동의 가치를 떨어트립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더욱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AI 시대는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좌절시킬 수 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교육, 특별히 시대를 조망하면서 최선의 미래를 향해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도록 만들 수 있는 탁월한 교육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렇다면 결국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는 굉장히 냉철하고 동시에 솔직한 사람입니다. 저자는 이미 AI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두가지 자세를 경계합니다. 하나는 무지입니다. AI라는 괴물이 이미 찾아왔는데 모르면 먹힐 것입니다. 둘째는 그저 막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AI 자체를 막으려고 하는 것도 동일한 결과를 맞이한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그마나 비겁하더라도 순응하면서 때를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짧게 적어 놓으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책 전체를 다 읽은 저의 입장에서는 저자의 주장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인간을 능가한 인공 지능은, 조만간에 인간 수준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AGI로 발전될 것이고, 그리고 그 이후에는 초인공지능이라고 부리는 ASI로 발전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든 인공지능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며, 그나마 동등한 입장에서 인공지능과 공생하는 것이야 말로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입니다.
* 목회자인 나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모습이 보였고, 그것은 사실 마음에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학부가 행정학이 전공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흥망성쇠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시대의 변화도 참 냉혹했고, 수 많은 기업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과 함께 수 많은 개인들이 고통을 받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맞이할 미래는 어쩌면 역사상 가장 가혹한 미래입니다.
저는 늘 스스로 생각하기를 '전통적인 목회의 마지막 끝 자락에 서 있는 목회자'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김대식 교수는, 자신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 감사하다고 책에 적어 놓았습니다. 솔직한 고백입니다. 이제는 지식 노동자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은퇴가 많이 남았고, 제가 좋든 싫든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며 그 사이를 해쳐 나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미래의 목회는 어떠해야 할까요? 매우 수준이 높은 통찰력이 있는 설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일반적이고 평이한 설교는 아마도 더 이상 그 효용이나 가치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AI가 생각하지 못한 수준까지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깊은 통찰력이 담긴 설교, 혹은 나의 마음에 너무나 깊이 공감이 되는 설교를 듣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목회자는 더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자신의 설교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심방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AI가 해줄 수 없는 것은 인격적인 만남입니다. 물론 제가 하는 조언보다 AI가 더 좋은 조언을 누군가에게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체온은 인공지능이 제공해 줄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목회는 앞으로 훨씬 더 따뜻해져야 할 것입니다. 영혼에 대한 진실한 관심과 사랑이 없이, 그저 행정적인 일만 기계적으로 처리는 목회자는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또한 깊은 관계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도간의 관계에 대한 깊이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AI를 통해서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와 관계에 대한 욕구를 많은 부분 해결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성도들도 굳이 교회에서 관계의 깊이를 중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결국에는, AI와의 관계성을 뛰어넘는 진정으로 깊은 관계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동체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북클럽이 큰 가치를 가진다고 봅니다.
* 인간인 나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 정진부에게는 AI가 중심이 되는 혹은 지배하는 시대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입니다. 저는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인간됨'이라는 것으로 저의 삶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글을 쓰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간의 표현입니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인간성의 표현이며, 제가 하나님을 닮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모든 부분이 그럴 것입니다. 설령 AI가 미래 사회의 모든 지식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제 자신 역시 많은 부분을 AI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제가 성도를 섬기고, 설교를 준비하고,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고, 누군가를 만나고,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것 자체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삶의 가치는 AI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결정하시는 것이며, 저는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 영원한 생명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미래에는 더욱더 경제적인 가치를 넘어서, 영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 결론 : 오직 하나님께서 미래를 열어가신다
이 책은 아주 논리적인 책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알고 싶지 않은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감사한 것은, 우리의 앞에 닥쳐올 미래에 대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전망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크리스천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고 함께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말씀은 영원하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발전하는 시대 속에서, 어쩌면 두렵고 암울한 시대를 맞이하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인간에 불과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전능하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을 아득히 넘어서는 초지능이 실제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세상의 창조자이시며 역사의 주권자이십니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세상 전체가 흔들리는 그 순간에, 저의 삶의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하는 마지막 믿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