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미국 초등학교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by 아이들 학교의 컨퍼런스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지금 제 머리 속에 저의 초등학교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차갑고 냉랭한 콘크리트 복도, 커다란 초록색 칠판과 낡은 책상입니다. 그리고 교실 앞에는 다 쓰러져가는 책장에 낡은 책들이 몇권 꽃혀 있었습니다. 아마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꿈을 꾸기 보다는 그저 생존에 급급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가 교육을 공부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좋은 교육 환경을 접하게 되면 가슴이 요동을 칩니다. 학교 업무를 아내가 다 처리하기 때문에 제가 직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어쩌다 학교를 방문하게 되면 큰 기쁨이 있습니다. 오늘 온 가족이 함께 학교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그랬습니다. 원래 일년에 두번이었는데 펜데믹 이후 한번으로 줄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온 가족이 손을 잡고 학교를 향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니 가을 장식이 가득했습니다.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나름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글과 그림들이 복도에 빼곡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Lost and Found 섹션에 아이들이 놓고 간 옷이 넘치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제가 경험했던 차갑고 냉랭한 곳이 아니라, 자유로움과 희망과 꿈이 넘치는 곳이라는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저의 첫째 아이는 오학년, 그리고 둘째는 일학년입니다. 그래서 같은 학교에 다닙니다. 학교 컨퍼런스는 교사와 선생님 그리고 학생이 현재의 학업 성취를 살펴보면서,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는 시간입니다. 물론 제가 어릴 적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에는 굉장히 형식적인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이곳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비록 한 명당이십분 정도의 시간이지만 굉장히 준비가 잘 되었고 진행이 좋았습니다.

교실로 들어가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서는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첫째로 제가 마음이 들었던 것은, 평가의 객관성입니다. 이 시간은 선생님이 막연하게 학교에서 잘 하고 있다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닙니다. 이미 학교에서 주 단위의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가지고서 이야기를 합니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최대한의 객관성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자유스러워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부모로서 느끼는 것은, 학교의 전체 시스템이 주기적인 평가 그리고 그것을 통한 학생의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크롬북으로 주기적으로 시험을 보고, 그것을 통해서 학생의 발전을 평가하고 목표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평가된 학생의 수준에 맞춰서 적절한 수업의 수준이 결정됩니다. 학생이 스스로 하는 의지가 있다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둘째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학생 스스로의 자기 평가에 대한 강조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누군가가 발전해 나갈 때에, 물론 내가 속한 그룹 안에서 상대적인 평가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븐 부족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끊임없는 자극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위해서 교사는 학생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자기 발전의 원동력과 그 가치는 한 사람의 내면에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합니다. 

저와 아내가 선생님을 만날 때에는, 이미 두 아들이 각자 자신에 대해서 평가를 내린 상태입니다. 학업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대하여서 그리고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하여서 스스로 상중하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미 주어진 질문들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면서 좀 더 풀어서 설명한 문항들도 꽤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첫째 아이는 고학년이라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해서 발표 자료를 스스로 디지털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둘째 아이는 종이에 적어 놓았습니다. 그 결과를 저의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선생님에게 다시 한번 말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가지고 선생님과 부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에 부모로서 다 알지 못했던 학교 생활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부분이 약점인지를 스스로 평가한 부분을 보면서, 더 잘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고 발전을 꿈꾸는 인격체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학생도, 혹은 단순히 제 아들도 아닌, 자신을 평가하며 미래를 꿈꾸는 고귀한 인격체를 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로서 양육의 태도에 큰 영향을 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경험한 것은 미국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우연치 않게 제가 살고 있는 곳이 그래도 교육의 환경이 꽤 잘 갖추어진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황이 쉽지 않은 학교에서는 아마도 효과적인 컨퍼런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컨퍼런스를 참여하면서 오히려 "교회 교육"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습니다. 내가 섬기고 있는 성도님들은, 적어도 미국의 공립학교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아보았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그 사람의 발전을 위한 적절한 커리큘럼과 평가, 그리고 지도가 있는지를 냉철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특별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개인의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진지하고 솔직한 자기 평가가 있는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인 교육의 중요한 핵심 중에 하나는, 성인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평가할 때에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크리스천 북클럽을 해보면, 제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자신을 돌아봅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결심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야 말로 북클럽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북클럽의 매번의 모임은, 제가 컨퍼런스에서 경험했던 좋은 것들의 압축판과 동일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현실의 부족함을 냉철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아쉬운 점은 교회에서는 쉽게 모든 것을 "신학적인 문제"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이 인도자의 열심의 부족일 수도 있고, 행정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혹은 교육의 가장 기초적인 방법과 수준조차 달성하지 못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좀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저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제가 섬기는 이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북클럽을 더 공교하게 더 발전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적어도 저와 함께하시는 분들은 더 발전적이고, 더 긍정적이고, 더 열려 있는 미래를 경험하실 수 있기를 간절이 원합니다. 그런 면에서 초등학교 학부모 컨퍼런스라는 작은 이벤트였지만, 제 마음에 깊게 인상을 남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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