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7일 토요일

물댄 동산을 후원해 주세요 / You - 브라운 아이드 소울





초등학교 어린시절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어머니께서 카스테라 빵을 해 주시는 날이었습니다.

제 몸통만한 커다란 빵틀 속에서,
노랗고 예쁜 카스테라가 무럭무럭 김을 내는 모습은,
그 어린 마음을 가득채운,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미소 지으시며 커다란 빵 틀을 열 때에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커다란 빵을 늘 절반을 나누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아랫집에 이웃들에게 가져다주라고 시키셨습니다.

글쎄요..
그 순간의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아하.. 이건 다 내것인데..'

그러나 언제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열심히 빵을 만든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빵을 절반으로 나누었고,
저는 언제나 억울하고 못마땅한 마음으로 그렇게 빵을 배달했습니다.
아 물론, 나머지 절반의 거의 대부분은, 제가 먹었습니다. ^-^

저의 20대의 가장 큰 화두는, 음악이었습니다.
거의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재생하는 기계와 스피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시작해서 cd 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까지,
늘 저를 행복하게 해 주는 기계들이었습니다.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좋은 기계를 듣고 싶었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모았고,
그래서 사고 팔기를 계속했습니다.

아마도 30가지 이상의 기계를 사고 팔았던 것 같습니다.
밤새서 중고 장터에 매복(?)하기도 했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거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나의 만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저의 인생의 시간은 참으로 빨리 흘러갔지만,
어떤 의미에서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야 말겠다'는 그 강렬한 마음이
저를 사로잡은 저의 전부였습니다.

카스테라를 다 먹고 싶었던 그 마음과,
기계를 사고 팔며 오직 나의 만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그 마음은,
나이가 들고 몸은 커졌지만, 변하지 않은 저의 정직한 모습이었습니다.

신학을 하면서, 책을 보면서,
결국 죄라는 것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한 중심성'이며,
'이기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나 중심적으로 살아온 저의 인생의 비참함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병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고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좋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조차,
그 마음이 이기심과 탐욕으로 병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에서,
산처럼 많은 물건들과 다양한 브랜드들,
화려한 디스플레이 속에 놓여진 명품들 속에서,
'신앙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의 공허한 마음을 다른 것으로 채우게 됩니다.
하나님이 부으시는 자존감으로 마음이 차 있지 않으면,
세상이 자랑하는 부와 외모와 가진 것으로 자신을 채우게 됩니다.
하나님이 부으시는 행복이 마음에 채워지지 않으면,
여전히 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일 뿐이며,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언제나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언제나,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숨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의 설교와 글 속에,
'사랑하자라' 는 화려한 수식어는 존재하지만,
그 안에 여전히 나 중심적인 모습이 저를 두렵게 합니다.
어쩌면 저의 '사랑하자' 라는 말 앞에는
'나를' 이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발을 더 좋은 것을 한켤레 사고 싶습니다.
노트북을 너무 오래 써서 바꿀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바지를 두벌 정도 더 사면 마음이 훈훈해 질 것 같습니다.
차에 싼 것이라도 가죽 시트를 씌우면 좀더 편안할 것 같습니다.
내 입에 감칠 맛 나는 맛있는 것을 매일 먹으면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저 좀더 좋은 것으로 화려한 것으로 갖추고 싶습니다.
그러면 내가 좀더 남들 앞에 당당하고 멋져질 것 같습니다.
늘 이런 생각이 저의 마음과 영혼을 사로잡습니다.

물질은 악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필요를 마땅히 채워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한 노동의 댓가로
스스로를 위해 사용할 권리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면,
마치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것 처럼,
그렇게 나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쏟아 넣는 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병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한성진 교수님의 글을 통해,
섬기시는 '물댄 동산'이 어렵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곳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그 아이디어가 처음 시작한 그날 그 커피숍에 함께 있었습니다.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차상위 계층'의 자녀들이
최소한의 교육과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었습니다.
솔직히 그때 그 테이블에서 가장 어린 제 마음에는
모든 것이 그저 먼나라 이야기같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환상 속의 꿈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물댄동산이 현실이 되었고,
어느 다른 기관보다 정직하고 효율성 있는 복지교육기관으로,
그리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꿈의 실현의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유학의 과정 속에서 언제나 물질이 큰 비중을 차지함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부쩍 우리 인생 속에서, 돈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실감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곰곰히 생각합니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을 계산하고,
나 중심성의 소비에서 조금은 벗어나 좀더 마음을 넓혀 봅니다.

사실 요즘 제 마음에는, 모든 것이 두렵습니다.
주님이 정말 함께하심을 더욱 간절히 바라고 있고,
저의 앞날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인 듯 합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봅니다.
주님이 선하게 인도해 주시기를 기대해봅니다.
가장 연약한 믿음의 끈이라도 굳게 잡아보고자 합니다.

가장 연약한 사람들의 작은 힘이 모여,
더욱 연약한 사람들의 큰 힘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세상이,
우리의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의 마음 가운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작은 마음이 있으시다면,
조금은 나로부터 벗어나 남을 생각하는,
하나님이 친히 채우시는 여유가 있다면,
기도로 물질로 물댄 동산을 후원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mulden.co.kr/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59

그래서 오늘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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