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5일 화요일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91 - 부드럽고 또 부드러운 최고의 채널 스트립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디지털 도메인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상, 굳이 아날로그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아웃보드 없이 그저 플러그인으로만 믹싱하는 저에게는, 아날로그는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로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필 못 볼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채널 스트립은 아날로그를 그대로 복각했고 유명한 뮤지션이 사용했던 믹서이다 라고 하니 구입을 안 할 재간이 없습니다. :)

구입하고 보니 알게 된 것은,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의 구버전은 인터넷에서 거의 사기에 가깝다고 굉장히 비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날로그를 복각했다고 하지만 실제 믹서의 특징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야 기술적인 부분은 모르지만 이큐 쪽이 사실은 디지털 이큐의 특성과 동일했기 때문에 한동안 핫 이슈였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구입한 것은 논란이 있었던 구 버전 이후에 SSL에서 새롭게 출시한 뉴버전입니다. 

*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https://store.solidstatelogic.com/plug-ins/harrison-32classic-channel-strip?srsltid=AfmBOorgl6JvVK4LUnPtOFX0m3Rwvc-forbcbSjBDxS-wO3LBNa075cV


*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세가지 장점

아마 원래 가격인 300불이면 절대로 구입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기습적으로 할인을 해서 결국 30불에 구매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때 구입하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구입하기 전에 데모 버전을 먼저 사용해 보았는데 제가 좋았던 점은 세가지입니다. 

첫째로는, 프리앰프 섹션에 DRIVE가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세츄레이션 플러그인들이 많이 있지만 채널 스트립 안에서 바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세츄레이션 느낌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분명히 걸리는데 걸리는 것 같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있었습니다. 항상 어떤 사운드의 매직을 바라는데, 기분 좋게 왜곡이 올라오는 그런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둘째로, 컴프레서가 세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LEVEL은 옵토컴프레서처럼 부드럽게 걸리기 때문에 보컬이나 부드러운 악기에 쓰기 좋아 보였습니다. 물론 다른 컴프를 사용해도 되지만, 이것도 안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좋았습니다. 실제로 걸어보면 병렬로 퍼센트를 넣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색하지 않게 부드럽게 소리를 잡아 주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셋째로, 이큐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로우패스, 하이패스 필터가 정말 좋았습니다. 이큐 자체로만 보면 큐값을 조절하지 못하게 때문에 굉장히 자유도가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큐를 만져보면, 정말 부드럽습니다. 디지털로 표시가 안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큐 값이 걸리는지 어느 정도 컷이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놉을 만져서 소리를 들어보면 굉장히 부드럽고 기본 좋게 사운드가 바뀝니다. 


*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필터가 정말 부드럽다

특히 필터가 정말 부드럽습니다. 플러그인 얼라이언스 기준으로 SSL 4000E나 G는 너무 급격하고 특성이 있어서 아무리 만져도 다루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SSL 9000J 도 좋았고, AMEK 9099도 이큐 섹션은 훨씬 다루기 좋았지만, 필터는 크게 좋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운드가 너무 답답해서 로우컷을 하면 뭔가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았고, 하이컷을 하면 너무 사운드가 급격하게 잘려나간다고 느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래서 오히려 더 추가적인 이큐를 무리해서 사용한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는 이큐의 섹션은 많지 않지만, 조절해도 급격한 변화보다는 완만하게 변화가 되면서 기분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특히 제 목소리에서 로우컷을 걸면 아주 부드럽게 저음을 컷해줍니다. 지금까지 로우컷한 사운드 중에서 독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하이컷도 아주 부드럽게 사운드를 바꿉니다. 채널스트립 사용하면서 이렇게 즐겁게 필터를 쓴 것은 처음입니다.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로만 채널을 구성해보자

귀는 언제나 우리를 속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순전히 저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구입하고 나서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각 채널에는 메인으로는 이제 이것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처음으로 커버곡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곡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라는 곡이고, 제가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바꾸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것처럼 프로젝트는 아주 간단합니다. 보컬, 피아노, 바이올린1,2,비올라,첼로,혼,플룻 딱 이런 구성입니다. 모든 채널에는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를 사용했습니다. 사실 큰 셋팅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보컬은 120hz까지 로우컷, 다른 악기들은 기본적으로 100hz 어간입니다. 피아노와 첼로는 좀더 아래로 컷했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것들은 하이컷을 약간씩 했습니다.

보컬 기준으로는 DynEQ로 레조넌스 세군데 정도를 잡고,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으로 톤을 잡고, 디에서를 걸고 LA-2A로 조금더 힘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Boz Digital 에서 무료로 받은 Width Knob을 가지고 최대한 모노로 모았습니다. 

제가 정말 좋았던 것은, 아예 마음을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만 가능하면 써야지라고 했기 때문인지 추가적으로 다른 플러그인들을 쓰지 않고 아주 심플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만든 제 경험 안에서는 사운드도 좋게 나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채널 스트립 다움에 풀텍이큐 등을 더 넣었겠지만, 최대한 심플하게 그리고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본연의 느낌만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오케스트라 악기들은 아무것도 걸지 않고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하나만 걸었습니다. 심지어 버스로 묶어서 추가적인 것도 안 걸었네요. 그냥 각 채널별로 사운드를 조절했습니다. 악기는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 입니다. 무료 버전에 작은 용량이라 가볍게 쓰기에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제 보니 바이올린에는 컴프를 걸지도 않았네요 :) 기본적으로 이큐는 로우컷을 넣고, 400hz 정도를 살짝 컷한 수준으로 최대한 소리를 유지하면서 부밍한 느낌만 다 뺐습니다.


마스터링 체인은 최대한 심플하게

마스터 단에는 AMEK 9099를 THD만 살짝 넣고 통과 시켰습니다. 그리고 SSL 9000도 THD를 살짝 넣고 이큐를 살짝 손보고 통과시켰습니다. 나름 서밍의 느낌을 충분히 주는 것 같아서 최근에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V3이큐에서는 미들 쪽에 5k 정도를 1db 정도만 빼주고 (보컬의 날카로움을 조절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이드쪽에는 100hz 정도까지 저음을 줄이고 센터쪽으로 에너지를 모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최근에 구입한 SSL Fusion 플러그인들을 차례로 걸고 아주 살짝만 세츄레이션들을 넣어 주었습니다. SSL Fusion은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할 때에 모듈 중에서 Stereo Image가 정말 압권입니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공간감을 넣어줍니다. 역시나 과하면 안되니 살짝 넣어주었습니다. 마지막은 Shadow Hills Class A로 살짝만 눌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리미터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The Wall 입니다. 최종 Lufs는 가장 큰 부분이 10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결과물입니다. 



* 개인적인 소감 및 결론

오랫동안 홈레코딩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소리는 정말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기 만족이 크지 않으면 꾸준하게 무엇인가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제가 만든 위에 결과물들을 최소 100번 이상은 들었는데, 확실히 사운드가 마음에 듭니다. 기존에는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끌어내기 위해서 지금보다 최소 4개 정도는 각 채널마다 사용했는데, 그 갯수가 훨씬 줄어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더 마음에 듭니다. 

플러그인 사이트 링크를 읽어보면 정말 설명이 화려합니다. 물론 제조사가 소개하는 것만큼 콘솔의 그 사운드를 완전히 담아 냈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이런 부분은 논란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버전을 기준으로 이큐 부분에서 아날로그적 왜곡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유투브를 보니, 괜히 구입한 것은 아닌가 라는 후회도 잠깐 들었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제 귀를 의지해서 작업을 해보니,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악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곡을 만들었지만 단일 채널스트립을 썼을 때에 이것보다 더 좋은 사운드는 만들어내지 못했었고, 제가 만들어낸 결과물 중에서는 이번에 거의 Top을 만들었습니다. 대략 8시간 정도 작업한 것을 생각하면 저는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합니다. 

역시나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의 가장 좋은 것은, 사운드의 부드러움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다른 어떤 채널 스트립보다 부드럽게 뭔가 음악적으로 사운드가 변하기 때문에 이큐를 만지는데 즐거움이 있고 결과물이 굉장히 좋습니다. 특히 로우컷을 어느 정도 했을 때에 음악적으로 좋은가를 고민하면서 항상 필터에 고민이 있었는데 귀를 의지하면서 적절한 수준에서 로우컷 하이컷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이득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채널 스트립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마스터링 섹션에서는 서밍 개념으로 다른 채널 스트립 모델 두개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제 작업에는 모든 채널에 Harrison 32Classic Channel Strip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리라 확신합니다. 가장 부드럽고 또 섬세하게 신뢰하면서 사운드를 조절하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기 때문입니다. :)

* "홈 레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전체 글 모음
https://jungjinbu.blogspot.com/2022/10/blog-post_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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