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8일 수요일

'강해'와 '주제'사이 - '설교의 퓨전'을 꿈꾸다 / 스캇 브래너 - 경배합니다



예전에 이런 농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설교와 심방 아니면 목회 할만 하겠다!' 피식 웃으면서도 마음으로는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설교와 심방은 목회의 꽃이면서 동시에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한 주에 고정적으로 두편, 그리고 많을 때에 세편의 설교를 합니다. 아마 한국 교회 평균에 훨씬 못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단독으로 목회하면서 새벽과 수요일 저녁과 주일을 포함하여 거의 여덟번 이상 설교를 하리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쉽지 않은 목회적인 상황 속에 계신 분들 앞에, 항상 마음이 겸손해 집니다.

설교를 계속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설교의 구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청중이 다양하고 상황이 다르지만, 어떻게 해야 성경적이고, 설득적이고, 감동적인 설교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언제나 가장 큰 질문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읽으실 이 내용은, 저의 고민의 작은 결과입니다. 철저하게 신학적인 혹은 설교학에 기반한 내용은 아니지만, 제 경험과 목회적 감각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해 주신다면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목표는 언제나, '주제 설교와 강해 설교를 퓨전'하는 것입니다. 주제 설교는 어떤 해당하는 주제를 미리 가지고 다양한 성경 구절을 들어가며 논지를 이끌어가는 것이고, 강해 설교는 성경 한 본문을 중심으로 본문의 맥락과 그 뜻을 살피며 논지를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주제 설교는, 흥미를 끌고 적용성은 강하지만, 본문 자체에서 지지 받는 느낌이 약하고, 강해 설교는, 본문 자체에서는 지지를 받지만, 매우 지루해지기 쉽고 적용이 약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실험해 본 '퓨전 설교'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Step 1. 본문을 열어가는 예화 and or 본문에 대한 간략한 배경 설명

=> 대부분의 성도님들은 성경을 한주일에 한번도 안 읽어보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본문에 대한 간단한 배경 설명 혹은 그 본문의 맥락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다만 절대로 TMI(too much information)는 피해주세요. 설교 초반부터 모든 흥미를 다 잃어버립니다. 세심하고 짧은 문장들로 필요한 내용들만 짧게 말해야 합니다.
ex) 아마 처음 오늘 본문을 접하시는 분도 계실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어떤 성경에 어느 부분에 속한 부분으로, 이런 역사적인 맥락 혹은 지리적인 맥락에서 쓰였습니다. 


Step 2. 본문에 대한 간략한 문법적 and or 신학적 설명  

=>  이제 본격적으로 설교가 시작됩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절대로' 본문 속에 '모든' 문법적 사항이나 신학적 사항을 다루지 않습니다. 물론 목회자는 설교 준비 중에 중요한 문법적 사항과 신학적 사항을 체크해야 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조사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TMI이야 말로 현대 설교에서 피해야 할 금기 사항입니다. 현대 성도들은 인내심이 많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추후에 좀더 깊이 다루어야 할 문법적 and or 신학적 설명을 '맛보기'로 조금씩만 다루면서 청중의 흥미를 돋굽니다.
ex) 오늘 말씀은 구조적으로 두가지 문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문단은 여기에서 저기까지, 둘째 문단은 여기에서 저기까지입니다. 첫째 문단에는, 흥미롭게도 이런 이런 단어들이 반복되고 있고, 이런 문법적인 특징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교리들에서 주로 다루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내용들이 언급되고 본문이 마무리가 됩니다. 


Step 3. 적용 1

=> 본문에 대한 간략한 설명 이후에, 바로 적용으로 들어갑니다. 실제로 설교를 들으면, 굉장히 적용이 빨리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부분에서 성도들은 마음에 안심을 하게 됩니다. '아 이제 복잡한 이야기는 안들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강해 설교가 자칫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그칠 수 있지만, 적어도 설교 초중반에 적용을 선제적으로 만들어서 제시해 주면, 설교자 입장에서도 그리고 청중 입장에서도 '설교의 분명한 삶에서의 영향과 결과'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 오늘 말씀의 첫번째 적용은 "이렇게 하자" 입니다. 

=>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왜'입니다. 즉, step 2에서 다루었던 간략한 문법적 and or 신학적 설명을 좀더 '심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당신이 들은 적용이라는 것이, 그저 쉽게 나온 내용이 아니라, '본문에서 확실히 강조하고 있고 지지하고 있는 내용'이라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ex) 본문을 다시 한번 보시면,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주 흥미롭게도, 바로 앞 본문과 뒷 본문이 대조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이런 이런 단어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즉 이 본문에서 저자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 또한 제가 제시하는 퓨전 설교는, 강해 설교보다 좀더 자유도를 가집니다. 즉 본문이 이야기하는 바를 충실히 이야기 해야 하지만, 또한 목회자 본인이 '충분히' 본문을 묵상하고 확신을 가진 내용이라면, 그 사고와 적용의 범위를 '좀더 넓게'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본문에서 약하게 다루는 부분이라도, 그것이 목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마치 주제 설교를 하듯이 내 앞에 앉아 있는 청중을 향한 목회자의 진심을 설교에 불어 넣는 것입니다. ex) 제가 이 본문을 묵상하면서 가장 감동 깊었던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더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제시하는 '퓨전 설교의 적용'은, '일반적인 적용'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본문 설명을 TMI로 계속 한 다음에, 그저 마지막에 마치 못해 스쳐 지나가듯이 하는 적용이 아니라, 적용 파트를 미리 당겨서 시작하고, 이때 본문 내용을 좀더 심도 있게 다루면서, 목회자의 진심과 청중을 향한 고려까지 넣어서 적용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물론 강해 설교와 다르게, 적용 파트에서는 설교자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실제적인 이야기들로 반드시 채워야 합니다. 즉, 그저 '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라는 수준에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 놀라운 것은, 루터가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and or 제가 조사해 보니 이런 설문 조사가 있었습니다 and or 제가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 이 본문과 아주 잘 매치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적용이야 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Step 4. 적용 2

=> 왜 적용이 굳이 두개인가? 이건 순전히 제 경험의 결과입니다. 보통 20분-30분 설교의 기준으로 적용 한개는 너무 내용이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적용 세개는 사실 내용을 다루기에 너무 벅찹니다. 그래서 두개만 다룹니다. 이상하게 적용 1, 적용 2 이렇게 두개만 다루다 보면, 듣는 분들도 편안함을 느끼고,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본문이 아주 선명해 집니다. 그리고 당연하게 적용 2 부분에서도, 적용 1과 동일한 논리 구조로 내용을 풀어갑니다.
ex) 오늘 첫번째 적용은 "이렇게 하자" 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두번째 적용은 "또 이렇게 하자" 입니다. 


Step 5. 결론 

=> 학문적인 글쓰기의 마무리의 의미는 '요약' 입니다. 아쉽게도, 본인이 설교 가운데 했던 말과 전혀 상관없는 or 변두리의 논지로 마무리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설교에서의 결론은 아주 심플합니다. '절대' 다른 내용을 언급하지 마세요. 결론이란, 내용의 요약 그리고 적용 두가지의 강조입니다. ex) 말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오늘 핵심 내용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적용은 이렇게 두가지였습니다. 간절히 바라기는, 모든 성도님들께서 말씀을 기억하시면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이렇게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이상의 내용을 더욱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Step 1. 본문을 열어가는 예화 and or 본문에 대한 간략한 배경 설명
=> 흥미를 끌면서 문맥과 배경에 대한 도입

Step 2. 본문에 대한 간략한 문법적 and or 신학적 설명
=> 흥미를 끌기 위한 본문 내용 맛보기 

Step 3. 적용 1
=> 흥미를 끌기 위해, 심화된 본문 해석과 목회자의 진심으로부터 적용 끌어내기 

Step 4. 적용 2
=> 흥미를 끌기 위해, 또 다른 대지 하나를 적용

Step 5. 결론
=>요약 및 적용 강조


실제로 이렇게 설교 해 보면, 딱 강해와 주제 설교 중간 정도의 느낌입니다. 원포인트 설교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투포인트이고, 동시에 적어도 두가지 적용점을 가진 주제 설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청중의 흥미를 잃지 않고 실제적인 강조점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본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충실히 다루기 때문에, 설교자인 내가 전혀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는 느낌 보다는, 그래도 오늘 말씀에 충실했다는 뿌듯함이 남습니다.

원래 이 구조는 새벽 설교 구조로 연습하다가, 최근에 공예배 설교에 30분 정도 길이의 설교에 적용한 것을 동영상을 업로드 했습니다. 설교를 한번 들어보시면 어느 정도 위에 설명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대단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썼는데, 제 스스로 민망합니다. 다만 평소에 고민하던 부분을 정리할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설교에 대한 고민은 평생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고민은, 주의 교회를 섬기기 때문에 행복한 고민입니다. 저는 앞으로 최소 5년 정도는 이 구조를 계속 다듬어 나가려고 합니다. 함께 기도하며 고민하는 모든 목회자들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설교의 영감이 언제나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 :)

p.s. 자매품, '로고스를 이용한 설교 준비 노하우'는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s://jungjinbu.blogspot.com/2015/07/12-7-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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