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4일 목요일

우리의 예배는,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스티누스의 변증서에 담긴 공동체성을 강조한 초대 로마 교회의 예배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1) 성경 읽기 2) 설교 3) 기도 4) 성찬(봉헌, 축성, 분배) 5) 구제입니다.
 
성경 읽기는 사도들이 전한 복음의 내용을 기억하고 나누며 동시에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선지서들을 함께 읽는 것을 말합니다. 설교는 성경 읽기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당시 설교자가 성도들을 향해서 권면하고 필요한 삶의 방식을 가르치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기도는 모두 서서 했으며 설교 내용에 대한 반응으로 구약의 시편을 함께 고백하고, 예배 공동체에 속한 이들을 위한 중보 기도를 포함시켰습니다.
 
성찬은 성도들이 각자 준비한 빵과 포도주(당시에는 물을 섞은 포도주) 사제에게 전달하는 봉헌(Offertory) 그것들을 하나님을 향해 내어드리고 감사하는 사제의 축사(Consecration), 그리고 축사한 빵과 포도주를 집사들의 봉사로 다시 받아서 먹고 마시는 나눔(Communion) 방식을 모두 포함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남은 음식들을 사제에게 맡기면 사제는 그것들을 교회 공동체 밖에 있는 고아와 과부들 그리고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나누어주는 (Almsgiving) 했습니다.
 
2세기 로마 교회의 예배는 이후 모든 서방교회 예배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비록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3세기와 4세기 그리고 중세와 종교개혁 이후 모든 예배들은 순교자 저스티누스가 제시한 로마 교회의 예배를 원형으로 삼았습니다.
 
예배를 간략히 설명하면 말씀과 성찬의 예배로 요약됩니다. 성경을 읽고 설교하는 말씀의 예배(the service of the Word) 봉헌과 축사 그리고 나눔을 통해 진행되는 성찬의 예배(the service of the Table) 정리할 있습니다. 이것을 요약해서 기독교 예배의 원래 구조를말씀과 성찬(the Word and the Table)’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2세기 기독교 예배의 이러한 구조는 시대에 따라서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말씀을 강조하는 예배, 성찬을 강조하는 예배, 또는 기도를 강조하는 예배 등으로 시대에 따라서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순교자 저스티누스의 예배 기록에 대한 가지 독특한 점은 찬양 또는 찬송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2세기 로마 교회 예배에는 찬양이 없었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성경을 읽은 그리고 설교 이후 함께 시편을 찬양으로 불렀습니다. 공동체 전체가 일어서서 함께 하나님을 찬양한 것을 순교자 저스틴은 기도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당시 교회 공동체는 찬양을 기도로 간주했습니다. 찬양은 단순한 선포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고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도에는 공동체를 위한 중보 기도를 포함시켰습니다. 기도의 내용과 방식에 공동체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기도는 의무라기보다는 공동체의 특권으로 간주해서 실천했습니다. 오늘날 예배에서는 찬양할 대부분 성도들이 일어서는데 2세기 로마 교회의 교인들처럼 찬양을 기도로 간주하고 공동체가 함께 하나님을 향해 반응하는 순서로 간주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찬양할 일어서서 하나님을 향한 고백을 하는 것은 기독교 전통에 부합하는 실천 방식입니다.
 
우리가 고려할 것은 단지 일어서서 찬양하는 뿐만 아니라 찬양의 내용이 초대 교회의 교인들처럼 시편의 내용을 포함하고 하나님을 향한 정중한 고백과 표현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새롭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주종훈, 예배, 역사에서 배우다, 초판.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78, 502: 세움북스, 2015), 69–72.
 
저는 보수적인 장로교 교회에서 자랐습니다. 장로교에서 안수를 받고 목회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예배가 너무나 익숙하고 또 그것의 장점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처음 유학을 시작한 곳은 CFNI(Christ for the Nations Institute)였습니다. 세계적으로 부흥하는 오순절 교단에 속한 학교에서, 찬양을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CFNI는 오순절 신학 위에 세워진 학교였기 때문에 성령 하나님의 역사를 강조하고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의 찬양 중심의 예배를 드리는 곳이었습니다. 찬양 40분에 설교 5분과 간단한 기도로 예배를 늘 드렸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경험한 예배라는 것은 극과 극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보수적인 교회에서 매일 그리고 매주 예배를 드리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 예배는 너무 형식적인 것은 아닌가? 혹시 초대 교회는 뭔가 좀더 자유롭게 예배를 드린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 마음 가운데 막연하게 초대 교회에 대한 동경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뭔가 지금은 좀 답답한 마음에 형식보다는 내용을 더 중시할 수 있는 그런 예배의 틀을 바라면서 초대 교회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막상 남겨진 기록을 통해서 초대 교회에 예배를 살펴 보면, 지금의 보수적인 교회의 예배 형식이나 그 당시의 예배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경 읽기와 설교와 기도(찬양), 성찬, 그리고 구제가 포함되어 있는 초대 교회 예배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님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때에 예배에 참여한다고 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은 다를 것입니다. 현대의 어떤 교회들은 교독문의 형태로 다른 성경을 함께 읽지만, 어떤 교회들은 교독문이 없이 설교 본문만 읽습니다. 현대 교회가 하는 기도 혹은 찬양과, 초대 교회 기도 혹은 찬양의 내용과 형식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설교의 스타일과 길이도 분명히 달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 교회 중에 많은 교회는 아쉽게도 예배 때에 성찬을 자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깨어 있는 교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주 성찬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비록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큰 틀의 예배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놀랍게도 초대 교회와 현재의 보수적인 교회는 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보수적인 스타일의 예배를 드리시는 분들은 자신이 드리는 현재의 예배에 대한 소중함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위에 글에서 정리한 것 처럼 초대 교회의 예배의 핵심이 말씀과 성찬이었고, 만약 우리의 예배 가운데 그 두가지가 잘 살아 있다면, 우리는 초대 교회와 다름 없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도 우리가 지금 드리는 예배와 큰 틀에서는 동일한 예배였습니다.

반면에 뭔가 더 자유스럽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예배를 드리는 분들은, 자신의 예배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동시에 초대 교회가 말씀과 성찬을 왜 중시했는가에 대해서 깊이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히 주목할 것은, 사람들이 흔히 추측하는 것과는 다르게, 초대 교회는 우리 인간의 자유로움을 강조하기 보다는 적절한 형태의 예배의 형식을 이미 잘 갖추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찬양과 열정을 드리는 예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저는 매우 큰 은혜를 지금까지 누렸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나는, 모든 형식을 무시하고 내가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이 시대의 욕심에 따라갔던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나는, 예배에서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어떤 형식에 얽매이기를 거부한 것은 아닐까?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현대 교회의 예배는 매우 다양한 형식과 문화적인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보수적인 형태의 예배를 거절하는 이유로 초대 교회의 자유로운 예배로 돌아가자라는 것은 그렇게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 초대 교회부터 이미 존재했던 예배의 형식들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그것을 잘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선한 것들을 선하게 이용하여서 예배할 수 있는 그런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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