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을 가다 - 따뜻한 칼빈주의를 꿈꾸며

 


어제 잠깐 통화 중에 지인이 물어보셨습니다. '목회하는 것 힘들지 않으세요?' 금방 대답할 수는 없었습니다. 목회자는 안부를 묻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정작 제 마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타이밍에는 금방 대답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유독 목회만 힘들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분은 어렵고 어떤 부분은 영광스럽고, 또 어떤 부분은 한 없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많은 부분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것이 목회입니다. 

책을 읽고 살피고 정리하기로 결심한 이후에, 좋았던 책들을 다시 책장에서 꺼내고 있습니다. 리차드 마우의 이 책은 어린 시절 읽은 책입니다. 칼빈주의에 한참 매료되었을 때에 제목이 좋아서 산 책입니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는 너무 좋게 읽었는데, 거의 15년 이후에 다시 읽으니 그때 받았던 느낌이 정확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유학을 생각도 해보지 않은 때였지만, 이제는 다른 입장에서 모교인 칼빈 신학교의 이야기를 보며 더 정겨운 마음이 듭니다.

저는 칼빈주의자입니다. TULIP을 성경적인 교리라고 믿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그분의 통치 안에서 저의 인생과 목회를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렇게 한 문장을 적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현실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명목 아래에서 모든 것을 합리화할 가능성을 언제나 가지고 있고, 때로는 지나친 교리적인 해석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하나님의 주권 안에 저의 삶을 녹여내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향해서 칼빈주의를 주장하는 것보다, 제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칼빈주의는 결국 제 자신의 삶 속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제 자신과 목회를 볼 때에, 하나님의 일하심을 인정하고 그것 안에서 인내하며 평안을 가지고 전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모든 성도들이 그런 것처럼 저 역시 당장 오늘 하루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서 쉽지 않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회한도 있고, 또 마음이 아파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이 하신 것을 감사하게 됩니다. 아픔이 없어서도 아니고 순탄해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다스립과 그분의 완전함이 없다면, 이 세상도 제 자신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믿음으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칼빈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딱딱하고 정교하지만 저자의 글이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칼빈주의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민스러운 논점들을 피하지 않고 성경을 진지하게 살피며, 사려깊고 담담하게 그리고 확신 가운데 적은 내용들이 참 좋았습니다. 

저자는 신학자이지만 동시에 목회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에서 인용된 수 많은 예들이 마음을 울립니다. 칼빈주의자로 직접 목회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야기들이 책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어린 시절 읽은 이 책의 귀한 영향으로, 지금의 저의 목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목회를 생각하더라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태도를 생각하더라도, 저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그분의 주권을 신뢰하고 설교하고 살아가지만, 동시에 저를 통해서 누군가가 그리스도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칼빈주의자로 살아가는 저의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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