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로 거처를 옮긴지 거의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미국에서 타주로의 이사는 몇 번이 있었지만 아마 이번이 가장 분주한 듯 합니다. 이주 전 부터 이미 사역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저에게 주어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큰 행복으로, 또 한편으로는 긴장과 염려 가운데 모든 것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주 잠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을이 너무 아름답고, 많은 것이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감사한 것은 위임식을 잘 마쳤다는 것입니다. 담임 목사로 세워지고 한 교회의 최종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큰 영광입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셨고 세워주셨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감사한 것은, 마음껏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런 순간이 오기를 바랬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을 고민하고, 또 교회를 위하여 가장 좋은 것을 실천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물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바빠졌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품은 모든 선한 것들을 조금씩 그리고 차분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매 순간 저의 마음을 벅차게 만듭니다.
볼티모어는 산이 많기 때문에, 길 자체가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는데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런 듯 합니다. 내리막이 있고 때론 오르막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순간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그 험난한 굴곡조차 완벽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담임 목회를 시작하니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그간 걸어온 길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바로 이 순간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 입니다. 청년 시절부터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천했던 그 모든 것들이, 그리고 목회자로서 쌓아 왔던 지혜, 아픔, 눈물, 겸손, 담대함이 이제서야 그 온전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계획 속에 제가 있음을 항상 믿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지나올 때에는 그렇게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분의 계획은 완벽했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듯 합니다. 볼티모어의 아름다운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시카고 보다는 훨씬 덜 추워서 감사합니다. 그저 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지금까지 그러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저를 인도하시기에, 계속 앞으로 전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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