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요일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정독을 마치다

 





스무살 때에는 서른의 삶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부가 다 끝나기 전에는 공부가 끝난 이후의 삶과 목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1년 유학을 시작한 이후에 모든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때론 눈물도 흘렸고, 아픈 마음을 부등켜 안은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한가지 분명한 목표는 있었습니다. ‘나는 성숙한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성숙이라는 것은, 단순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숙은 다면적인 것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것은 매우 단순한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탁월한 작가들의 글을 읽고, 그들을 만나야 합니다. 독서는 그저 글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어떤 밝은 빛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눈이 부시고 온 몸이 따뜻해지는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여전히 그대로이지만, 그러나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입니다.

만약에 혹시라도 미국의 어느 작은 Panera 빵집에서 루이스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 저에게 그와의 한번의 만남이 가능하다면 저의 시간의 몇년 정도를 기꺼이 대신 내어 놓을 의향이 있습니다. 아마 그와 함께하는 단 몇시간이, 저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만남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우리에게 결정적인 만남은 단지 몇 번에 불과합니다.

작년에 담임 목사님께서 안식월을 가지시면서 격주로 주일 설교를 하였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큰 의미의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단점과 장점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어쩌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시간에 저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이자 특권이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그 역할을 마무리하면서 직후에 결심한 것들 중에 하나가, ‘천천히 루이스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삶을 온전히 드리는 것의 기쁨
by 8개월 주일 설교의 대장정을 마치고

위에 글을 쓴 것이 작년 8월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2024년 5월 중순입니다. 거의 9개월만에,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정독해서 다 읽었습니다. 혹시 너무 느리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살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천천히 읽었으면 어땠을까? 그의 마지막 권면, 혹은 선언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찾으면 그를 만날 것이며, 그와 함께 모든 것을 얻을 것입니다.” 

저자와의 인격적인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을 때에 저자를 만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다정하게 제 앞에 앉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그런 착각입니다. 그 말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와서, 마치 육성으로 저의 귀에 들리는 듯한 그런 감각입니다. 

성숙은 실천의 모습을 포함하지만, 저는 성숙이란 어떤 영적 감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책을 속독하는 것보다 정독하는 것이 훨씬 좋아 보입니다. 아주 짧은 한 문단이라도 그것을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그 의미 속에 깊이 들어가고, 저자와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저의 내면 안에 그 말의 깊이를 새겨 넣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그러나 분명한 실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을 변화시키는 신비로운 과정이니다.

아주 아주 천천히, 순전한 기독교를 읽었습니다. 이렇게 책을 느리게 읽은 것은 저 역시 처음입니다. 얼마나 많은 줄을 치고 속으로 음미했는지 모릅니다. 특히 후반부가 좋았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그리고 그리스도의 생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수준에서 그것을 설명합니다. 그 설명을 신중하게 읽고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행복을 누립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설교들이, 하늘의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땅의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설교를 듣고 실망할 때에, 제 마음에 감당하기 어려운 큰 슬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루이스의 표현과 설명과 그의 설득은, 그는 분명히 하늘의 것을 이야기한다는 감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제 자신이 이 땅에 발을 딛고 있지만, 그러나 하늘의 부르심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뜻 가운데 들어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가 가장 실감나게 경험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을 공부했고 많은 것을 읽었지만, 여전히 저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평생 말씀을 부지런히 읽고, 정확하게 말하면 말씀 속으로 들어가고, 그리고 루이스와 함께 그 모든 영적인 감각을 누리고 싶습니다. 놀라우신 하나님에 대하여서 그는 저에게 가장 친절한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안내자입니다. 이러한 기쁨을 누리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일까요? 아니면 그저 몽상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성도가 누릴 수 있는 중요한 영적 각성일까요? 

다음 책으로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읽고 정말 좋았던 영광의 무게를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루이스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넘치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성도의 삶을 계속 걸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저에게 허락하신 큰 복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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