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일 금요일

로고스 어디까지 써봤니? - "당신에게 맞는 저렴한 수준"에서 로고스 프로그램을 시작하세요.

 


제가 처음에 로고스를 알게 된 것은, 칼빈 신학교를 졸업할 때입니다. 로고스 회사에서 프로모션을 와서 칼빈 신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로고스의 엄청난 기능들을 보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자료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효율적으로 결과물들을 끌어내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시연하는 장면을 직접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너무 조급해졌습니다. 석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한 없이 여유로웠던 마음이 갑자기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나도 이걸 사용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이렇게 앞서가는데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로고스 실버 패키지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로고스 프로그램에 많은 비용을 사용했습니다. 실질적인 이유로는 설교를 잘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논문을 쓰기 위해서 주석과 자료들이 필요했는데 한글 책이 없었고 또 종이 책을 사서 놓아둘 공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로고스 덕분에 설교 자료도 많이 사용했고, 그리고 논문도 쓰고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합니다. 처음 로고스를 접했던 그날 혹은 그 시기에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말해 줬다면 분명히 뭔가 다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누군가 저를 붙잡고 진지하게 "당신에게 맞는 저렴한 수준에서부터 로고스를 사용하세요" 라고 말해줬다면 "한정된 예산을 더 유익하게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 이 글을 조심스럽게 적습니다. 

로고스를 구입할 예정에 있는 분들은, 꼭 해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로고스를 왜 사야하는가?" 입니다. 

보통 어떤 분들은 설교로, 어떤 분들은 신학 연구 도구로, 어떤 분들은 학업을 위해서 구입을 할 것입니다. 로고스가 이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지만, 여러가지 한계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 로고스의 대부분 자료는 영어입니다. 한글 패키지가 나왔고 한글 자료들이 꽤 있지만 그러나 기본적인 모든 자료는 영어입니다. 이것이 큰 한계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정말 큰 한계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엄청난 한계이며, 이것 때문에 로고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이 영어로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끼신다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무조건 처음부터 큰 돈을 투자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신학에 대한 내용은, 한글로 읽어도 내용이 어렵고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의 영어 실력은 팀캘러 목사님은 별로 어렵지 않지만, 마이클 호튼의 영어는 너무 힘이 듭니다. 미국에서 영어로 석사를 마치고 오랫동안 영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신학 영어 용어와 한글 용어가 일대일로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할수만 있으면 한글 자료를 먼저 봅니다. 

그런면에서, 만약 "평생을 점진적으로 영어 실력을 늘리면서 보겠다" 라는 각오가 있으면 괜찮지만, "영어가 불편하긴 하지만 일단 로고스를 구입하면 곧 설교가 좋아질거야" 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로고스를 구입하기 이전에 자신의 영어 실력을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만약 영어 자료를 꼭 봐야 한다면, 장기적으로 영어 실력을 키우는 계획을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유학을 결심하면서 억지로 토플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유학 생활 동안 어쩔 수 없이 영어로 계속 공부하지 않았다면, 저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로고스를 안 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영어의 장벽은 높습니다.

둘째, 자료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로고스에서 내세우는 큰 강점은 로고스에 자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자신이 충분한 자금만 있다면 신학교 도서관 하나 정도를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로고스 회사에서는 계속적으로 홍보하기를 로고스를 통해서 많은 자료를 구입하면 탁월한 설교나 목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자료가 많아도, 그 자료를 볼 수 있는 능력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 자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로고스 버전이 올라가면서 다양한 기능을 통해서 로고스의 자료들을 1차적으로 한번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그러나 솔직히 저는 그것조차도 다 보기가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로고스의 기능들을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주로 가장 기본적인 책을 보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패키지로 구입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천권의 책을 한번에 샀는데, 정작 그것을 볼 능력과 시간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여러가지 기능을 제공해 준다고 비싼 패키지를 살 것을 요구하는데 정작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고가의 패키지를 먼저 구입하는 것이 로고스를 접하는 최고의 방법인 것 처럼 여겨질 때에, 솔직히 저의 마음에 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셋째, 이북 포맷 자체가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책은 반드시 종이책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저는 깊이 사고를 요구하는 두꺼운 책은 무조건 종이책으로 봅니다. 제 자신을 파악해 보니, 한글 영어와 상관 없이 깊이 있는 사고를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읽기는 종이책으로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종이 책 기준으로 길어야 한 두 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보면 되는 스터디 바이블이나 주석이나 다른 참고 자료들은, 로고스를 통해서 봅니다. 이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런면에서 자신에게 이북 포맷이 괜찮은지 정직하게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만약 이북이 너무 불편하다고 느껴진다면, 컴퓨터나 테블릿 화면으로 책을 보는 것이 내 생각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느껴진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로고스 자료를 종이로 출력해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넷째,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를 냉정하게 판단해서, 그것으로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저도 많이 실패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많은 것을 살 수 있겠지만, 당장 필요한 것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로고스를 구입하는 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자신이 충동 구매를 잘 하는 성향이거나, 혹은 내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구입하는 성향이라면, 로고스의 구입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저는 그래서 패키지로 구입하는 것을 사실 크게 반대합니다. 아니면 제일 저렴한 패키지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에 로고스가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로고스를 구입하는데 너무 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로고스 패키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금 당장 고가의 패키지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 너무 큰 비용을 지불 하거나 할부로 구입하게 되면, 위에 말씀드린 한계로 인해서 원하는 기간 내에 효과를 못볼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무료 버전에서 시작해서, 혹은 가장 저렴한 패키지에서 시작해서 필요한 것을 하나씩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로고스를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자료인지, 그리고 지금 구입하려는 자료가 얼만큼 좋은 자료인지를 충분히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그것을 사용할 것인가를 충분히 고민한 다음에 구입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미 로고스에 대한 저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이 글을 읽으시면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로고스를 잘 쓰고 자료들을 많이 구입해 놓고, 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가?" 그렇게 말씀하실까 염려도 됩니다.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것은, 로고스의 한계에 대해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쉽지 않은 경제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로고스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합니다. 본인이 모든 것을 걸고 투자해서 사겠다고 말한다면 말릴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위의 내용들을 참고하셔서 지혜롭게 "자신에게 맞는 저렴한 혹은 적절한 수준"에서 부터 시작하신다면, 로고스 프로그램을 통해서 더 큰 유익을 누리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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