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이 되었습니다. 가족과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내일 새벽과 장례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서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 지나간 오늘 하루를 가늠해 봅니다. 저만의 크리스마스를 기록해 놓기 위함입니다. 사라지는 하루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그리고 어디엔가 기록되는 소중한 하루로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목회자에게 조금 어려운 것은, 성탄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는 것입니다. 평온하게 예배를 기다리며 회중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분주하게 예배를 위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배 속에 있지만 예배 밖에서 세심하게 모든 것을 살펴야 하기에, 온전히 그 안으로 들어가있지만 동시에 관찰자로 존재해야 합니다.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는 많이 분주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수요 예배 설교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주일 이상 전부터 본문을 정하고 머리로 구도를 잡고 묵상하지만, 주일 설교, 화요일 새벽 설교, 수요일 저녁 설교, 그리고 성탄 절 설교로 이어지는 맥락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설교를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분주했지만 그래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에 대해서 작년에 비해서는 훨씬 더 개인적으로 깊이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성도님들께서 어떻게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설교가 제 마음에는 참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즘에 설교하면서 느끼는 것은, 하나님께서 제 자신에게 은혜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은혜를 끼치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설교자 자신이 은혜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볼티모어교회의 좋은 전통은, 성도님들께서 크리스마스 예배도 열심으로 드리신다는 것입니다. 특히 오늘은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귀한 믿음입니다. 온 가족이 하나님 앞에 나와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입니다.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목사로서 느끼는 것은,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입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 예전에는 정말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를 최선을 다해서 섬길 수 있다는 것으로 더 큰 만족을 누립니다. 제가 어떤 것을 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임을 더 깊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오는 크리스마스이지만, 그 매 순간을 감사하고 싶습니다. 비록 제가 원하는 만큼 마음껏 평온함을 누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성도님들의 행복 속에서 저의 행복을 찾고 싶습니다. 물론 잠깐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 아마 은퇴한 이후에 크리스마스가 가장 평온할 듯 하구나, 그래도 지금이 감사합니다. 매번 오는 크리스마스이지만, 다시 크리스마스를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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