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 금요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나의 길 / Time After Time - Jonah Baker

 
















이제 정말 사역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습니다. 요즘에 저의 마음은, 목회자 정진부에서 인간 정진부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7년 반이라는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고, 중요한 순간들을 짚어내지 못하고 사역했습니다. 반년동안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우울감에 덮여 있을 때조차 저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 충분히 저를 돌아보지 못하고 다음을 위해 준비합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에서의 기억을 남기고 싶다. 기억을 남겨야 하는 좋은 일들이 너무 많았지만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는 이 순간만큼이라도 오롯이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저의 감정과 저의 생각,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 제가 산책했던 길들을 마지막으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수도 없이 걸었던 길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울적해서 힘이 들때면, 앞이 보이지 않아서 너무 막막할 때면, 그리고 기쁨이 넘쳐서 주체할 수 없을 때면, 그 모든 순간에 걸었던 길입니다. 

대부분 혼자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걸을 때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기도할 수 있고, 주님을 찾을 수 있고, 마음을 추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을 먹고보니 벌써 해가 지려고 해서 조급해졌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가 이제 뉘엇뉘엇 져가는 이 시간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입니다. 

한참을 걷는데 마음이 평안했습니다. 여전히 덥지만 이제는 제법 가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 공기가 좋았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예술가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절정의 아름다움이 시시각각 눈 앞에서 펼쳐지고 다시 흩어졌습니다. 저의 작은 마음에 담을 수 없는 그 모든 순간을, 작은 사진들로 남겼습니다. 

앞으로 걷다 보니 뒤가 보였습니다. 항상 계획하고 걷기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보니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셨습니다. 예전에도 알던 말씀이지만, 그 말씀이 이렇게 깊은 것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사역을 마무리 하려고 하니, 그리고 제가 걸었던 길들을 다시 돌아보며 시간들을 반추해보니, 감히 가늠하기 어려운 말씀의 무게가 저의 마음을 평안하게 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아픈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속으로 되뇌입니다. 잊어야지 잊어야지... 한편으로는, 잊지 못할 것도 같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그렇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설교의 자리에서 용서하라는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 자신을 보면서 알게 됩니다. 그래도 걷는 그 순간, 햇볕이 참 좋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마음을 만지심을 느꼈습니다. 좋았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기에, 아픔으로 그것들을 덮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입니다.

이제 다시 못 걸을 길을 마지막으로 걸었습니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저의 고민했던 모든 시간들을, 그리고 그 아픔의 순간들 조차 저의 영혼에 가장 고귀하고 가치 있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믿고 붙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걸어갈 모든 길 위에서도, 여전히 하나님께서 선하게 가장 아름답게 인도하실 것을 확신합니다. 오직 그 믿음으로, 계속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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